북한이 지난 1일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날짜를 오는 5일로 밝혔지만 협상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이 북·미 실무협상 장소로 유력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미 협상 사정에 밝은 여권 관계자는 2일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이 진행될 것 같다는 얘기가 들린다”고 전했다.
외교가에도 올해 초 남·북·미 북핵협상 수석대표들이 함께 만났던 스톡홀름이 유력하다는 설이 확산되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 1월 스톡홀름 근교에서 회동했다.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구체적인 비핵화 방안과 상응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스톡홀름에는 북한대사관이 있어 북한 협상팀이 본국 상부에 보고하고 훈령을 받기에 용이하다. 1,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와 하노이도 북한대사관이 있다는 점이 장소 낙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 베이징을 3일 출발해 스톡홀름으로 향하는 중국국제항공 항공편의 탑승객 명단에는 김명길이라는 이름이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상이 열렸던 평양은 미국 측에서 부담을 느끼는 장소일 수 있다. 미국 협상팀이 협상 상황을 본국으로 전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보고 내용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은 판문점에서 열렸다.
미국 측은 실무협상이 종료될 때까지 협상 장소를 비공개로 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가 협상 날짜만 공개하고 장소를 함구하는 것을 두고 “양측이 협상 결과를 낙관할 수 없어서 외부 노출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평양이나 판문점이 아닌 스톡홀름 같은 제3국에서 실무협상이 열릴 경우 협상의 밀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북한이 구체적인 협상 성과를 바란다면 협상 상황을 실시간으로 최고위층에 보고하기 쉬운 평양이나 판문점을 장소로 밀어붙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