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 첫날에 정부의 경제정책을 겨냥한 질타가 쏟아졌다. 2%대 초중반으로 하락하는 경제성장률,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상승률 등은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비판이다. 야당은 저성장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정부가 내세운 확장적 재정정책을 두고는 재정 건전성 훼손을 우려했다. 민간 부문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 부문이 주도하는 경제는 바람직하지 않고, 성장 속도에 비해 재정 확대 규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획재정부를 국정감사했다. 야당 의원들은 소득주도성장이 경기 하강을 더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하위 계층, 자영업자는 더 어려워지고 중산층 60%가 무너졌다”고 힐난했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했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며 “(하지만) 경제가 어려운 것이 소득주도성장 때문인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보셔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정책적 요인이 일부 있지만 글로벌 여건과 산업구조 변화, 인구구조 변화 등을 같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경제 상황을 오판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정부가 경제 상황을 잘못 판단해 통화 정책을 거꾸로 했고, 확장적 재정정책도 지난해 초과 세수가 발생했는데 부랴 부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지출 개혁 없이 숫자만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거시 정책이 잘못됐고, 구조개혁도 잘못됐다”고 했다.
디플레이션(deflation·물가가 하락하고 경제 활동이 침체되는 현상)을 둘러싼 공방도 오갔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수요가 가라앉고 있어서 우리 경제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 부총리는 “기대 인플레이션도 2%로 형성돼 있다. 지금 단계에서 (디플레이션이라고) 말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언급했다.
야당은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해서도 우려를 드러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정부가 경상성장률의 5~6배 지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했고,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미국은 기축통화국이고 일본은 채권 발행을 국내에서 소화하기 때문에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채무비율 40%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재정 역할로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것이 맞다. 국가채무비율 40%대를 (고려해) 재정 역할을 줄이는 것은 맞지 않다”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재정 건전성을 위해 “내년에 30여년을 내다보는 장기재정전망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나름대로 재정준칙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홍 부총리는 정부의 재정 정책을 베네수엘라와 비교하는 의원들 질의에 “너무 자기비하적인 지적인 것 같다”면서 “우리나라와 복지 제도와 산업 구조가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