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장 임대·매매’ 현수막만 펄럭이는 국가산단… “아! 옛날이여”

입력 2019-10-03 04:10
대구 달서구 성서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한 공장의 입구에 서 있는 전신주에 지난달 19일 ‘공장 매매’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자유한국당 김규환 의원실 제공

과거 한국의 수출과 경제성장을 견인해온 국가산업단지가 심상치 않다. 생산량과 수출량, 가동률 등은 모두 급격하게 떨어졌다. 산업단지 안 곳곳에는 ‘공장 임대·매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나부낀다. 정부가 뒤늦게 스마트 산업단지 지정 등 산단 개조에 나섰지만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2일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공단이 관리하는 37개 산단에서 계약을 해지한 업체는 5357개에 이르렀다. 올해에도 3027곳이 이전, 양도, 자진 폐업 등의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실제 대구 성서산단, 경북 구미산단, 인천 남동산단 등 주요 산단에는 ‘공장 임대·매매’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50인 미만 영세기업의 가동률은 2017년 6월 68.1%에서 올해 6월 58.0%로 추락했다. 구미산단의 경우 50인 미만 기업의 가동률이 66.1%에서 30.2%로 반 토막 났다. 김 의원은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이 영세 기업의 경영환경을 어렵게 해 가동률에도 직격타가 됐다”고 지적했다.


국가산단의 지난해 총생산액은 541조2016억원으로 2012년(598조916억원)보다 급감했다. 수출액도 2012년 2253억32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835억6500만 달러로 줄었다. 산단 수출액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41.3%에서 지난해 30.5%로 감소했다. 한국의 수출을 견인한다는 자부심이 무색한 상황이다.

지난해 산단의 전체 가동률은 80.0%로 2012년 84.9%보다 낮아졌다. 경남 진해산단 가동률은 34.1% 포인트나 낮아져 전국 산단 중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이어 경북 구미외국인 -19.7% 포인트, 전북 익산 -13.0% 포인트, 대구 -12.1% 포인트, 광주첨단 -11.9% 포인트, 인천 남동 -10.8% 포인트 등이었다.

전국 산단의 사정이 나쁘다 보니 정부는 지난 6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발표하면서 산단 개조 구상을 밝혔었다. 산단을 대대적으로 개조해 신산업 창출과 제조업 혁신의 전진기지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산단을 스마트·친환경·융복합 혁신 테스트베드로 조성하고, 입주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산단 대개조 계획’을 올해 안에 발표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지난달에 경기도 반월·시화산단, 경남 창원산단, 경북 구미산단, 인천 남동산단 4곳을 스마트 산단으로 선정해 집중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스마트 산단 지원대상은 전체 산단의 1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