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썼지만… 토트넘 안방서 ‘7실점’ 굴욕

입력 2019-10-03 04:07
토트넘 홋스퍼 선수들이 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2차전 홈경기에서 바이에른 뮌헨에 2대 7로 완패한 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EPA연합뉴스

후반 37분. 독일 바이에른 뮌헨 왼쪽 수비수 티아고 알칸타라의 롱패스가 토트넘 중원 왼쪽으로 떨어졌다.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는 2-4로 뒤처진 흐름을 만회하기 위해 진영을 전방으로 바짝 끌어올렸다. 토트넘 수비수는 3명. 뮌헨 공격수도 3명이었다.

공은 뮌헨 공격수 세르주 나브리 앞으로 정확하게 낙하했다. 나브리는 토트넘 최후방 수비진을 등지고 35m가량 돌파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골키퍼 위고 요리스 오른쪽으로 오른발 슛을 낮게 깔아 차 골망을 흔들었다.

데뷔 후 6년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던 나브리가 해트트릭을 달성한 순간, 토트넘은 무너졌다. 남은 8분 동안 두 골을 더 헌납했다. 최종 스코어는 2대 7.

토트넘이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준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고 불과 4개월 만에 홈에서 7실점을 내줄 정도로 급전직하하고 있다. 토트넘은 2일(한국시간)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2차전 홈경기에서 독일의 강호 뮌헨에게 치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토트넘은 정확히 4개월 전인 6월 2일만 해도 창단 이후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 준우승한 유럽의 강자였다. 올 시즌 본선 2경기에서 1무1패(승점 1)를 기록해 B조 최하위로 추락했다.

토트넘의 부진은 유럽 클럽축구 32강이 싸우는 챔피언스리그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올 시즌 초반 내내 이런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5일 잉글랜드 리그컵대회인 카라바오컵 32강전에서는 4부 리그 콜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대 4로 져 탈락했다. 지난 시즌 4위에 올라 ‘빅4’에 들었던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올 시즌 초반 한때 10위 안팎까지 떨어졌다. 현재 순위를 겨우 만회한 6위(3승2무2·승점 11)다.

토트넘은 포체티노 감독이 지휘권을 잡은 2014-2015시즌부터 5시즌간 수비벽을 막강하게 세운 뒤 정교한 패스와 빠른 속공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팀이었다. 후방에서 밀집수비를 펼쳐 기회를 만들고, 전방에서 집중력을 높여 공격을 전개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포체티노 감독. AP뉴시스

비시즌 잇단 이적설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중원과 측면 수비가 무너졌다. 지난 시즌까지 최고의 조율사로 꼽히던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올여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이적설이 불거졌다가 무산된 뒤 전의를 잃은 모습이다. 특유의 패스도 사라졌다. 여기에 좌우 풀백은 확실한 주전도 없는데 보강도 안되면서 팀의 아킬레스건으로 전락했다. 이날은 서지 오리에와 대니 로즈가 좌우 측면 수비를 맡았지만 부진했다. 4골을 넣은 나브리를 전담한 수비가 오리에였다. 포체티노 감독조차 레알 감독 후보로까지 거론되면서 팀의 응집력은 모래알 수준으로 약해진 상황이다.

프리미어리그 통산 기록에서 245경기 중 87경기를 클린시트(무실점 승리)로 끝낸 명수문장인 요리스도 잇단 실점으로 자신감이 떨어졌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올 시즌 토트넘의 하향세를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 시기가 너무 빠르다”며 “거금을 들여 탕귀 은돔벨레를 영입했지만, 정작 보강이 필요했던 중원이나 좌우 수비의 공백을 채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토트넘의 유일한 희망은 손흥민이다. 손흥민은 이날 전반 12분 선제골을 넣어 올 시즌 3호 골을 기록했지만 대패 탓에 고개를 숙였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