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북극성 1·2형’을 개량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것으로 보인다. 북극성 계열 탄도미사일 성능을 개량해 사거리를 2000㎞ 이상으로 늘린 신형 SLBM인 ‘북극성 3형’을 시험발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발사된 미사일은 2016년 8월 북한이 쏜 SLBM에 비해 비행거리가 약 50㎞ 짧은 450㎞였다. 하지만 북한이 이날 정점고도를 910㎞ 이상으로 올려 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거리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이 미사일을 고도 400~420㎞로 발사할 경우 사거리는 1800~2000㎞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그동안 공들여 개발했던 ‘콜드론치(cold launch)’ 기술을 시험했을 수 있다. 콜드론치는 수중에서 잠수함이 압축공기로 탄도미사일을 물 밖으로 밀어올린 뒤 엔진을 점화시키는 기술이다. 현재 개발 중인 신형 잠수함에 SLBM을 탑재하기 위해 이번에는 바지선을 활용해 콜드론치 기술을 시험했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강원도 원산 북동쪽 17㎞쯤 떨어진 해상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해상에 띄운 바지선에서 쏜 것인지, 신형 잠수함에서 발사한 것인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SLBM 발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며 “북극성 계열로 보고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고체연료를 쓰는 북극성 3형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북한은 2017년 8월 당시 김정은 노동당 국무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시찰한 소식을 전하며 북극성 3형 구조도를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은 2015년부터 SLBM 시험발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SLBM 기술은 구소련으로부터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2015년 5월 8일 함경남도 신포 인근 동해상에서 ‘북극성 1형’을 시험발사했다. 같은 해 11월 28일에는 동해에서 SLBM을 시험발사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6년 4월 23일 신포 해역에서 SLBM을 발사해 30여㎞를 비행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7월 9일 같은 해역에서 SLBM을 날렸지만 수㎞를 채 비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북한이 2016년 8월 24일 신포 인근 해역에서 쏜 SLBM은 500여㎞를 비행한 뒤 동해상 일본 방공식별구역에 떨어졌다. 2017년에는 북극성을 지상형으로 개조한 ‘북극성 2형’을 2월 12일과 5월 21일에 발사했다.
북한은 최근 SLBM 2~3발을 잇달아 쏠 수 있는 3000t급 이상의 신형 잠수함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 왔다.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신포급(2000t급) 잠수함은 SLBM 발사관이 1개뿐이며 물속에서 오랫동안 이동하는 능력도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북한은 지난 7월 발사관 3개를 탑재한 것으로 분석되는 신형 잠수함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의 SLBM 개발 정황은 지속적으로 관측돼 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동해 신포조선소 일대와 서해 남포항에서 SLBM 사출(射出) 시험이 임박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한이 SLBM을 실전 배치할 경우 한국은 상당한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이 남해 또는 서해로 은밀하게 접근해 미사일을 날릴 경우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