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등세를 보이던 코스피지수가 2030선까지 뒷걸음질을 쳤다. 지난달 코스피시장 상승을 이끌었던 기관의 ‘사자’가 힘을 잃으면서다. 외국인과 개인의 ‘팔자’ 행진 속에서 3분기 실적 발표 및 미·중 무역 분쟁 완화 등이 향후 증시의 흐름을 좌우할 열쇠로 떠오른다.
코스피지수는 2일 전 거래일보다 40.51포인트(1.95%) 떨어진 2031.9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월 5일(-2.56%)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하락을 주도한 건 외국인과 기관이었다. 각각 1187억원, 4049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5020억원을 사들였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7.59포인트(1.20%) 내린 624.51로 마감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은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56%, -3.05% 내렸다. 현대차(-3.02%) 네이버(-1.88%) 현대모비스(-0.81%) 셀트리온(-0.58%) 등도 주춤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선 셀트리온헬스케어(-2.74%)와 CJ ENM(-4.66%) 케이엠더블유(-2.17%) 등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연기금의 ‘팔자’였다. 지난달부터 순매수세를 지속했던 연기금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1672억원을 순매도했다. 연기금 등 기관은 지난 8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4조50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특히 지난달(2조2434억원) 순매수 금액은 2017년 12월(4조8292억원)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 가운데 연기금 순매수 금액은 8월 2조4908억원, 지난달 2조5556억원이나 됐다. 두 달 동안 5조원의 ‘총알’을 쏟아부은 것이다.
기관의 순매수 공세는 8월 말에 1960선까지 주저앉았던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한때 2100대까지 회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와 달리 외국인은 8월에 2조2933억원, 지난달에 8515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도 각각 2271억원, 1조5095억원을 팔아치웠다.
전문가들은 연기금 등 기관 매수세가 이어지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관 중에서도 연기금이 가장 강력한 매수 주체였지만, 추가 순매수 여력은 많지 않다”며 “매수 강도가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결국 4분기 증시 추이는 국내 기업의 3분기 성적표,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의 개선 여부에 달렸다. 이 연구원은 “이달 들어 코스피지수 하락세가 재개되고 추가 상승 동력이 약해지면서 증시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