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년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 약령시가 쇠퇴하고 있다. 한약매출 감소로 인한 적자로 대구한약재도매시장 운영법인이 운영 포기를 검토 중이다. 줄어드는 한방 업소 자리를 커피전문점과 음식점이 대체하고 있다.
2일 대구시 등에 따르면 대구 약령시의 중심축인 운영법인이 법인 재지정 포기를 검토 중이다. 5년 운영 기간이 만료되는 올해 말까지만 하겠다는 것이다. 1982년 문을 연 대구한약재도매시장은 1993년 2월 지금의 위치인 약령시 한의약박물관 1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대구 약령시 전통 5일장과 한약재 경매가 함께 열리는 우리나라에서 하나뿐인 한약재 공판장이다. 전국 한약재 시세를 표준화하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수입산 한약재 증가, 한약재 판매 규격화(GMP) 등에 따른 한약 판매 감소로 수년 전부터 연 4000만~5000만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운영법인은 37년 동안 이곳을 책임졌지만 더 이상 경매수수료만으로는 시장을 운영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한약재도매시장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409t에 달했던 한약재 거래물량은 지난해 106t 정도로 급감했다. 거래금액 역시 35억원에서 16억원 정도로 확 줄었다.
대구시는 한약재 유통구조 변화와 수요층 다변화에 맞춰 도매 거래 방식을 변경하고 인근 주차장 임대 수익 등을 가져갈 수 있도록 수익 구조를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바꿔 대구한약재도매시장 운영자를 뽑을 생각”이라며 “현재 법인도 지배구조를 바꿔 다시 신청하면 검토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약령시 한방 관련 업소도 점점 줄고 있다. 현재 약령시에는 한방 관련 업소 183곳이 있는데 현대백화점이 입점하기 전인 2009년보다 27곳이 줄었다. 한방업소가 떠난 자리는 커피전문점과 식당 등이 차지했다.
약령시 보존위원회 측은 약령시 명맥 유지를 위해 중구 성내2동 행정복지센터 인근에 들어서는 한방의료체험타운에 약령시 업소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대구시에 건의했다. 매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업소들을 좋은 시설에 모아 다시 부흥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약령시 보존위원회 관계자는 “임대료도 크게 올랐고 한방업소 상인들의 연령도 높아 경영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며 “한방의료체험타운에 업소들을 입주시키고 인근 달성토성 등과 연계해 약령시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