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경기 침체·포퓰리즘에 물든 세계를 바꾸려면…

입력 2019-10-05 04:06

두 저자의 제안 중엔 이런 게 있다. 이른바 ‘부분적 공동 소유제’. 이 제도의 핵심은 경매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재산에 스스로 값을 매겨 공개한다. 만약 특정 재산에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이 재산은 바로 그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계속 이어진다. 누구도 영구적인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으며, 누구나 임차인으로 사는 사회다. 이렇게 하면 비효율적인 배분으로 인한 자원 낭비는 줄고, 임차 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세수는 증가하게 된다. 늘어난 세수를 통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자, 이쯤 되면 누구나 이렇게 자문할 것이다. 이것은 유토피아적 망상인가, 아니면 세상을 뒤바꿀 혁신적 아이디어인가.

저자는 미국 시카고대 법학대학원 교수인 에릭 포즈너, 마이크로소프트 수석연구원인 글렌 웨일이다. 책 제목처럼 이들은 급진적인(radical) 대안을 늘어놓는데, 이유는 불평등과 경기 침체와 포퓰리즘에 물든 세계를 바꾸려면 시장과 사회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고 여겨서다. 두 저자는 “사적 소유는 독점의 또 다른 이름”이라며 “진정으로 자유롭고 열려 있는 경쟁 시장이 최선이다”고 강조한다. 시장의 힘을 믿어보자는 것이다.

급진적인 제안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가령 ‘1인 1표’ 제도를 뜯어고치자고 말한다. 유권자가 투표권을 저축해두었다가 관심을 갖던 사안이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안건이 표결에 붙여지면 그때 1표 이상의 표를 몰아서 사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너무 도발적이어서 무모하게 느껴지는 주장인데, 저자들 역시 이런 우려를 모를 리 없다. 이들은 “우리의 제안들은 사회 전체에 큰 변화를 일으키면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소규모 단위로 실험되어야 한다”고 적어두었다.

책을 펼치면 가장 먼저 국내외 명사와 해외 유수의 매체가 쏟아낸 엄청난 격찬이 한가득 등장한다. 한국어판 감수를 맡은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시장=효율성, 국가=부패’라는 보수적 경제관과 ‘시장=착취, 국가=정의’라는 진보적 경제관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며 “그레고리 맨큐와 폴 크루그먼의 논의에 싫증을 느낀 사회과학도라면 신선한 지적 자극을 얻을 수 있는 역작”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이 책은 뻔하고 따분하지 않다는 점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두 저자는 책의 끄트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오래된 진실에 의문을 던지고, 문제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사상을 실험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시도하고자 했던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