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는 북핵 시계… 제재 완화 vs 핵 폐기로 ‘뉴딜’ 탐색

입력 2019-10-01 21:30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지난 3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4회 유엔총회에서 일반토의 연설을 하고 있다. 김 대사는 연설에서 “북·미 협상이 기회의 창이 될지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AP뉴시스

북한이 1일 전격적으로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선언하면서 협상 테이블에 오를 의제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체제 안전 보장과 대북 제재 일부 완화를, 미국은 북한의 핵능력 동결과 영변 핵시설 및 추가적인 핵시설 폐기, 비핵화 로드맵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실무협상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던 2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를 기초로 이뤄질 전망이다. 하노이 회담은 비록 ‘노딜’로 끝났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을 들여 논의했던 만큼 오는 5일 재개되는 실무협상에 기초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로 대화 재개 용의를 밝힌 뒤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 해제,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을 강조해 왔다. 지난 16일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은 담화에서 “우리의 제도 안전을 불안하게 하고 발전을 방해하는 위협과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비핵화 논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 안전’은 체제 안전 보장 조치를, ‘발전을 저해하는 위협과 장애물’은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체제 안전 보장 조치로는 종전선언과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가 활발하게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설치는 평화협정과 북·미 수교로 가는 첫걸음이다. 북한은 또 군사적 위협으로 맹비난해온 한·미 연합 군사훈련과 핵추진잠수함, 전략폭격기(B-52, B-2) 등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주한미군의 감축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때 2016년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5건의 해제를 주장했으나 미국으로부터 거부당했다. 이에 이번 실무협상에서는 제재 일부 완화를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이 시한인 북한 노동자 송환 기한의 연장과 철광석, 수산물 등 일부 품목의 수출 허용을 요구할 수도 있다.

미국은 비핵화의 입구인 핵 동결을 핵심 의제로 내세울 전망이다. 미국은 본격적인 비핵화 조치에 앞서 핵연료와 핵무기 추가 생산을 중단하는 핵 동결을 상당히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회담 때 논의된 영변 핵시설과 추가적인 핵시설 폐기도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 위해 비핵화의 정의와 로드맵을 명확히 하자고 요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의제가 다양하고 복잡한 만큼 이번 실무협상 이후에도 북·미 간 협상이 여러 차례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 4일 예비 접촉에서는 5일 협상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명확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 실무협상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 신뢰 증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비핵화 로드맵에 대해 치열하게 협의가 이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