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살인 9건 외 5건 더… 이춘재, 결국 자백

입력 2019-10-02 04:01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사진)가 9차례 연쇄살인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또 화성 사건 외에도 5건의 유사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씨가 자백한 것은 화성 사건 9건을 포함해 모두 14건이다.

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는 1986년 9월부터 1991년 4월까지 발생한 화성연쇄살인사건 9건과 다른 범행 5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최근 경찰에 털어놨다. 이씨의 자백은 유력 용의자로 특정된 이후 13일 만이다.

그가 자백한 화성 사건 외의 범행은 연쇄살인사건을 전후해 화성 일대에서 발생한 3건, 그가 충북 청주로 이사한 뒤 처제를 살해하기 전까지 2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경찰이 5, 7, 9차 화성 사건 증거물 외에 추가로 1986년 12월 발생한 4차 사건 증거물의 DNA가 이씨 것과 동일하다는 결과를 들이대자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DNA는 피해자의 외투 등 여러 증거물 가운데 속옷 등 5곳 이상에서 검출됐다. 경찰은 그가 화성 사건 기간 내내 화성에 거주했던 점, 당시 수사기록 등을 근거로 이씨를 압박해왔다.

경찰은 이씨가 범행 자백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진술 신빙성 확인을 위해 당시 수사기록 등을 살펴보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대상자가 자백 진술을 하기 시작했다”며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백의 임의성, 신빙성, 객관성 등을 확인해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남부청 전담수사팀은 형사들과 프로파일러들을 동원해 이날까지 9차례 이씨가 수감 중인 부산교도소에서 대면조사를 진행해왔다. 이씨는 계속 혐의를 부인하다 지난주부터 조금씩 자신의 범행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화성 사건 이후인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경찰은 이씨 수감 기간에는 화성 사건이 이어지지 않다가 그가 풀려난 지 7개월 만에 다시 화성 사건이 발생한 점, 그가 1993년 4월 이후 충북 청주로 이사한 뒤에는 추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은 점 등 당시 이씨의 행적을 토대로 한 추궁도 이어갔다.

이씨는 1989년 9월 경기도 수원에서 강도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1990년 4월 2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그가 구속되기 전 8차 사건까지 발생했던 화성 사건은 이씨 구속 이후 잠잠했다가 그가 풀려난 지 7개월 뒤인 1990년 11월 9차 사건으로 다시 이어졌다.

7차 사건에서 용의자를 목격했던 버스 안내양은 최근 경찰의 법최면 조사에서 이씨 사진을 보고 당시 목격한 범인이 맞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당시 용의자와 마주쳐 몽타주 작성에 참여했던 버스 안내양에 대한 법최면 조사를 했다

박구인 기자, 수원=강희청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