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집중 상황… 김정은 방중 가능성 낮다

입력 2019-10-01 21:30

김정은(얼굴)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1일)이나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6일)에 맞춰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아직까지 방중 동향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4일 예비 접촉을 시작으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가 공식화되면서 김 위원장의 이달 방중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북한은 무리하게 김 위원장의 방중을 추진하기보다 미국과의 실무협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여부에 관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 당국은 북한과 중국에서 관련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고 있어 김 위원장의 이달 초 방중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은 지난달 초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북에서 비롯됐다. 왕 부장은 평양을 찾아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외교라인 핵심 인사들을 접촉했다. 이때 양측이 1일 신중국 수립 70주년과 6일 북·중 수교 70주년을 전후한 시기에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을 타진했을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양국 수교가 정주년(5년·10년 단위로 꺾이는 해)을 맞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6월 방북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방도 필요했기에 방중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린 이날 김 위원장은 행사에 참석하는 대신 신중국 수립 70주년을 축하하는 서한을 시 주석에게 보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중국 당과 정부와 인민의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빛내기 위한 한길에서 언제나 함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북·중 수교 기념일에 맞춰 중국에 갈 수도 있지만 북·미 실무협상 재개가 발표되면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북·중 우호관계를 과시할 수 있지만 자칫 미국을 자극해 북·미 협상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을 방문하기보다는 평양에서 실무협상 상황을 점검하고 지시를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김 위원장의 방중 동향이 포착되지 않는 것은 북·미 협상에 집중하기 위한 차원인 것 같다”며 “과거에는 북·미 정상회담 등에 앞서 북한이 중국과 작전타임을 가졌는데, 미국이 그걸 달가워하지 않아서 이번에 순서를 살짝 바꾼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지난 6월 북·중 정상회담 이후 양국 간에 새롭거나 특별한 현안이 없어 6일에도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 교수는 “3차 북·미 정상회담 날짜가 잡히면 그 이전에 임박해서 전략적으로 북·중 정상이 만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헌 손재호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