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북·미, 5일 비핵화 실무협상 진행하기로 합의”

입력 2019-10-02 04:04

북한과 미국이 오는 4일부터 비핵화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선희(사진)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일 조선중앙통신에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조·미(북·미) 쌍방은 오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 최 1부상은 “우리 측 대표들은 조·미 실무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다”며 “나는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당초 북·미 실무협상이 10월 중순 이후에나 열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북한이 요구한 체제 안전 보장 및 제재 해제 문제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비핵화 로드맵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예상보다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예상보다 빨리 실무협상 일정이 잡히면서 북·미가 최근 물밑 접촉을 통해 이견을 상당부분 해소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최 1부상이 담화문에서 ‘긍정적 발전이 가속화되길 바란다’고 언급한 점 역시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당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1일)이나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6일)에 맞춰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관측됐으나 아직까지 방중 동향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달 초 방중하지 않는다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 여부에 관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 당국은 김 위원장의 이달 초 방중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과 중국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한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은 지난달 초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방북에서 비롯됐다. 왕 부장은 평양을 찾아 리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외교 핵심 인사들을 접촉했다. 이때 양측이 1일 신중국 70주년과 6일 북·중 수교 70주년을 전후한 시기에 김 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을 타진했을 것으로 관측됐다. 특히 양국 수교가 정주년(5년·10년 단위로 꺾이는 해)을 맞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지난 6월 방북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방이 필요했기에 방중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됐다.

하지만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이 열린 1일 김 위원장은 행사에 참석하는 대신 신중국 수립 70주년을 축하하는 서한을 시 주석에게 보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서한에서 “중국 당과 정부와 인민의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사회주의를 고수하고 빛내기 위한 한길에서 언제나 함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6일을 전후해 김 위원장이 방중을 할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그리 높지는 않은 상황이다. 북·중 우호관계를 과시할 수 있지만 자칫 미국을 자극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 손재호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