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 사상 첫 마이너스… 점점 커지는 디플레이션 공포

입력 2019-10-02 04:06
통계청이 1일 ‘2019년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했다.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0.4% 하락하면서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9월 소비자물가가 공식적으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기상 여건, 정부 정책 영향, 1년 전 물가 상승에 따른 기저효과를 원인으로 꼽았다. 일시적 저물가 현상일 뿐, 물가 하락이 길게 이어지는 디플레이션은 아니라고 진단한다. 경제지표의 저물가 현상과 피부에 와닿는 체감물가 사이에 격차가 크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통계청은 1일 ‘9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발표하고 9월 460개 상품 및 서비스의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0.4% 하락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0.038% 떨어져 사실상 첫 마이너스 물가였지만, 통계청의 공식 집계는 소수점 한 자릿수까지만 따지기 때문에 0.0% 보합세로 발표됐었다.

통계청은 마이너스 물가의 원인을 기상 여건, 정부 정책 등 공급 측면에서 찾았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해 폭염으로 농산물 물가지수가 높아졌는데, 그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고3 무상교육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부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폭염으로 농축수산물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크게 뛰었다. 올해는 상대적으로 기상 여건이 좋아 농축수산물 생산량이 늘었다. 여기에다 정부 정책 영향으로 지난달 고교납입금은 전년 대비 36.2% 줄었다. 학교 급식비는 57.8%, 병원검사료도 10.3% 하락했다. 이에 따라 공공서비스 물가는 1.2% 감소했다.

그러나 지표 물가와 체감 물가 사이에 간극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표 물가는 마이너스인데,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물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일종의 ‘착시효과’라고 설명한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집계에는 여러 상품과 서비스를 종합한 뒤 소비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가중치를 둬 측정한다. 이와 달리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자 관심사나 경제 수준에 따라 물가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9월 전체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8.2% 내려갔지만 생강 가격은 70.4%, 찹쌀 가격은 16.4% 올랐다. 9월 전세가격은 0.1%, 월세는 0.4% 내렸지만 이는 전국 평균일 뿐이다. 서울 지역 전·월세 상황은 다를 수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마이너스 물가’가 기저효과가 끝나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이어진다고 관측한다. 물가 하락이 장기화하면 생산이 위축되면서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자연스럽게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성장률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으로 농축수산물 등의 가격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만 정부는 아직 소매판매지수가 꾸준히 오르고 있고 소비자심리지수도 상승하는 등 최근 경제 상황이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고 판단한다.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까지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정상적인 물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