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13 대책 발표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던 전국 주택가격이 10개월여 만에 상승했다. 서울·수도권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며 양극화로 인한 지방 부동산의 여전한 약세에도 불구하고 전국 부동산 보합세를 견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감정원이 1일 발표한 ‘전국주택 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0.01%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수도권은 8월 0.04%에서 9월 0.14%, 서울은 0.14%에서 0.17%로 상승 폭이 커졌다. 지방은 -0.13%에서 -0.10%로 하락 폭이 축소됐다.
감정원 관계자는 “서울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영향으로 재건축의 경우 보합·하락했지만 역세권이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단지들이 오름세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역세권 및 저평가 단지 위주로 상승세가 이어졌고 수도권에선 GTX 등 교통망 개선 기대감이 있는 지역, 개발 호재나 서울 접근성 우위 지역 위주로 가격이 올랐다. 특히 성동(0.26%), 마포(0.26%), 용산(0.24%) 등 이른바 ‘마용성’ 단지의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이밖에 직주근접 수요가 꾸준한 종로(0.17%), 영등포(0.21%), 중구(0.22%) 등의 오름세도 강했다. 강남 4구의 경우 분양가상한제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로 재건축 단지는 보합 또는 하락했지만 서초(0.27%)와 강동(0.22%), 강남(0.18%), 송파(0.16%) 등 인기 대단지 중심으로 가격이 뛰었다.
정부는 이날 관리처분 인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6개월 유예하면서 그간의 강경 방침에서 한발 물러섰다. 강남에서 불붙은 서울 집값 상승이 전 자치구로 번져가는 상황에 추가 대책을 내놨지만 사실상 제도 보완 및 후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상한제 시행 예고가 정부 예상과 달리 안정적 회복세 속 집값 반등 및 시장 과열을 유발하는 상황이 되자 급하게 제동을 건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안그래도 10월 시행을 염두에 둔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분양’ 조짐이 최근 광범위하게 관측되고 있어 유예기간 동안 시장 불안정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주택시장 진입 시점을 저울질하는 무주택자 등 실수요자들의 ‘막차 탑승’ 고민 역시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시장은 실물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돈의 힘으로 밀어올리는 유동성 장세 성격이 강하다”며 “작은 악재만으로 변동성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어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비이성적 과열로 흥분 초기 상태”라고 진단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