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손님들께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제 한계에 도달해 폐점을 결정했습니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운영돼온 상당수의 소규모 식당과 술집이 9월 30일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고 일본 언론이 1일 앞다퉈 보도했다. 이날부터 시행된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새로운 관리시스템 도입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소비세는 재화와 서비스 등을 구입할 때 소비자가 부담하는 간접세로 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한다.
아사히신문은 국가 보조를 받더라도 시스템 구입비로 약 300만엔(3300만원), 시스템 리스비로 6년간 약 450만엔(5000만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소규모 가게를 운영하던 60대 후반 이상의 노년층은 2~3년 더 운영하느니 폐점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날 0시부터 소비세율이 8%에서 10%로 올라간 뒤 일본 곳곳에서는 혼란이 이어졌다.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해 일본 정부가 도입한 경감세율과 포인트 환급제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경감세율은 일부 음식료품과 신문 정기구독료에 대해 인상되지 않은 기존 소비세율 8%를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산 음식료품을 가게에서 먹으면 외식으로 인정돼 경감세율이 적용되지 않는 식으로 상황에 따라 적용 여부가 달라진다.
포인트 환급제도는 소비자가 현금이 아닌 카드 등으로 결제한 경우에 한해 구매 금액의 최대 5%를 포인트로 환급해주는 제도다. 내년 6월 말까지 9개월간 시행되고, 자본금이 5000만엔 이하인 중소 점포와 편의점, 외식업체 등 프랜차이즈(FC) 점포가 대상이다. 프랜차이즈 점포에선 2%, 기타 중소 점포에선 5%를 환급받는다. 하지만 역 구내에 있는 일부 프랜차이즈 점포는 철도회사가 운영하기 때문에 적용대상에서 빠진다. 마이니치신문은 포인트 환급제도 대상 점포가 전국에 200만곳 이상이지만 이처럼 복잡한 절차 때문에 3분의 1 정도만 신청했다고 전했다.
게다가 새로운 관리시스템을 도입한 첫날 전국에서 기계 오작동이 속출했다. 기차역과 지하철역에서는 소비세율 인상을 반영한 운임 개정에 따라 도입한 매표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오사카 지역에서만 첫차 운행 후 24개 역에서 57대의 매표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마이니치신문이 보도했다. 버스회사들 역시 예전 운임으로 결제되거나 소비세율 인상분보다 더 많은 운임으로 결제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일본 국민 부담은 연간 2조엔(약 22조1800억원)으로 예측된다. 가계 부담 증가를 피할 수 없어 개인소비의 위축 등 국내 경기 영향도 우려되고 있다. 일본은 앞서 2014년 증세 이후 개인소비가 위축되고 국내총생산(GDP)이 2009년도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하는 등 경기가 위축된 트라우마가 있다. 그나마 2014년 증세 때는 일본의 수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계속했지만 이번에는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지난 8월까지 9개월 연속 전년도 수치를 밑돌았다.
공교롭게도 일본은행이 이날 발표한 경기지표 역시 좋지 않다. 전국기업 단기경제관측조사(短觀·단칸)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분야 대기업의 지난달 업황판단지수(DI)는 6월보다 2포인트 하락한 플러스 5를 기록했다. 3분기 연속 악화된 것으로 2013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