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의 미래 유망 사업인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원인이 불분명한 화재가 또다시 발생하면서 업체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6월 정부가 ESS 화재 원인을 발표하면서 배터리 외에 다른 문제가 복합적이라고 밝히면서 하반기 신규 사업 수주에 물꼬가 트이는 등 활력을 찾던 찰나에 다시 한번 위기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1일 “하반기에는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최근 한 달간 잇따라 화재가 또 발생하면서 하반기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8월 30일 충남 예산군 태양광발전소 ESS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지난 24일에는 강원도 평창군 풍력발전소 ESS에서, 5일 뒤인 29일에는 경북 군위군 우보면 태양광발전설비업체 ESS 저장소에서 불이 났다. 최근 발생한 3건의 ESS 화재는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3건 중 2건은 LG화학 배터리, 1건은 삼성SDI 제품에서 사고가 났다. 각 업체에서는 제품 자체의 결함 여부뿐만 아니라 시스템통합(SI), 배터리제어시스템(BMS), 전력변환장치(PCS) 등 관리 장치, 배터리 보관상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상반기는 어려웠지만 하반기에는 시장 상황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었다. 민관합동조사 결과가 나온 지난 6월 이후 신규 사업 수주를 위한 문의도 늘고 있었으나 악재가 또 발생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애초에 정부 조사에서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 재발을 막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새로 조사위를 꾸려 재조사하거나 문제되는 제품의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사고 원인 규명이 우선이며 연이은 사고는 지난 6월 발표한 안전강화대책이 1700여개 전체 사업장에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제품의 문제가 아니라 설비에 쓰이는 부품의 문제이므로 배터리 리콜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다.
ESS 화재는 이달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영호 삼성SDI 부사장과 김준호 LG화학 부사장이 증인으로 국감장에서 ESS 관련 질의를 받을 예정이다.
ESS 업계는 2017년 8월 이후 26건의 화재가 발생하면서 사업 확장에 차질을 빚었고 막대한 영업손실을 입었다. LG화학의 경우 ESS 화재에 따른 설비 점검과 가동손실 보상 등에 800억원의 손실을 봤고, 국내 시장에서 출하를 전면 중단하면서 발생한 손실도 400억원에 달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