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과민반응 F-35A, 국군의날 행사서 첫 공개

입력 2019-10-02 04:03
F-35A 스텔스 전투기 3대가 기지 상공에서 편대비행하는 모습. 대구=청와대사진기자단

전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전략무기인 미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가 1일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올해 3월부터 한국 공군에 도입된 F-35A 전투기가 이날 대구 공군기지 상공을 가로지르며 데뷔 무대를 연 것이다.

북한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F-35A는 현재 8대가 국내에 들어와 있다. 지난 3월 29일 2대를 인도받은 것을 시작으로 올해 말까지 모두 13대가 도입될 예정이다. 이날 첫선을 보인 F-35A는 4대였다. 3대는 공중분열 전력 중 5번째로 등장해 대구 공군기지 상공에서 편대비행을 했다. 나머지 1대는 다른 육·해·공군 주요 장비들과 함께 지상에 도열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사열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대구 공군기지에서 열린 제71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하재헌 예비역 중사와 포옹하고 있다. 하 중사는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에 두 다리를 잃었다. 대구=청와대사진기자단

F-35A의 최대 속력은 마하 1.8(음속의 1.8배)이며 전투행동 반경은 1093㎞다. 기체에 특수 도료가 입혀져 레이더에 잡히는 피탐 면적이 최소화됐다. 비행 장면이 카메라나 육안으로는 포착되지만 레이더에는 골프공 크기 정도로만 식별된다. 합동직격탄(JDAM)과 소구경 정밀유도폭탄(SDB), 공대공미사일 등을 탑재할 수 있다. F-35A는 무장 탑재량이 F-15K에 비해 적지만 적진 깊숙이 침투해 전략 타깃을 순식간에 제거할 수 있다. 유사시 북한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가 평양 주석궁이나 핵 기지 등 주요 시설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된다. 1대 가격은 119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2021년까지 F-35A 40대를 전력화할 계획이다. F-35A 도입에는 7조4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20대를 추가로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공군은 전력화에 필요한 비행 훈련을 진행 중이다. 이르면 연말에 F-35A 실전 배치가 이뤄질 수 있다. 연말에 F-35A 전력화 행사를 별도로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군 당국은 그동안 F-35A가 국내에 도착하는 과정을 일일이 공개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북한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북한은 한국의 F-35A 도입을 북침용이라며 맹비난해왔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5일 F-35A가 한국에 도착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 무모한 행위는 남조선 군부 호전세력이 우리에 대한 선제공격 야망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국군의 날 기념식에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을 타고 온 문 대통령은 F-35A 등을 사열한 뒤 축사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보 태세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기념식은 가수 싸이가 공연을 하는 등 축제 형식으로 진행됐으나, 이날 기념식은 전략무기 공개 등으로 국방력을 강조하는 콘셉트로 바뀌었다. 지난해는 남북 화해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지만, 올해는 안보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청와대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행사도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기획했다.

김경택 박세환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