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0.4%로 통계작성 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0.04% 하락해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소수점 한 자릿수까지만 따지는 공식 상승률은 0.0%였다. 디플레이션에 따른 일본식 장기 불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일본식 디플레이션 징후는 아니라는 정부의 주장에도 근거가 있다. 소비자물가를 측정하는 460개 구성 품목 중 물가가 하락한 품목이 34.2%인데 반해 물가가 상승한 품목은 58.0%이다. 광범위한 물가의 지속적 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의 정의에 딱 들어맞는다고 하기 어렵다. 상당수 소비자가 물가가 내리는 게 아니라 오른다고 느낄 공산이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부동산 가격과 주가 등 자산가격 급락이 디플레이션을 촉발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다.
하지만 올 1월 0.7%를 시작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속해서 0%대를 맴돌다 마이너스로까지 떨어졌다. 학교급식비 인하 등에 따른 정책 효과나 일시적 공급 교란 때문으로 보기 어렵다. 올해 들어 소비와 투자, 수출 등 경제의 엔진이 급속히 식어가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게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한 기조적인 물가 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이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부터 0%대로 떨어진 뒤 지난달에는 0.6%에 그쳤다.
여기다 한국경제의 엔진인 수출의 역성장 행진이 그치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전년 대비 11.7% 감소한 447억1000만달러였다. 지난해 12월 이후 10개월째 하락세이고, 지난해 6월 이후 4개월째 두 자릿수 감소세다. 지난 3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고용 상황은 굉장히 양호하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고용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취업자 수 증가는 재정 투입에 따른 임시 일자리 증가에 크게 힘입었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주요 경제 지표들이 암울한 데 성장의 결과물인 고용이 나 홀로 양호할 수도 없다. 정부의 현실 인식이 이렇게 안이하니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리 없는 것이다.
[사설] D 공포 속 수출 침체… 정부 안이한 인식부터 고쳐야
입력 2019-10-0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