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책성 과제 받은 윤석열… ‘피의사실 공표’ 반성 담기나

입력 2019-10-01 04:02
윤석열 검찰총장이 3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연결된 3층 복도를 걸어가고 있다. 대검찰청은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지시에 대해 우선 주무부서를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최현규 기자

대검찰청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와 관련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 참모들이 의견을 모아 어떤 방향과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할지 계획을 세우겠다고 30일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대통령 지시에 대해 “검찰이 구체적으로 추진해야 할 부분을 밝히라고 당부하신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검찰이 개혁의 주체”라고 했고, 이날 윤 총장을 직접 향해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이 많다”고 했다.

윤 총장은 문 대통령 지시 이후 별도로 간부 회의를 소집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개혁 방안은 우선 주무부서인 대검 기획조정부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날 저녁엔 대검 차장과 형사부장, 인권부장, 기조부장 등과 함께 올해 정기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한 검사장들을 대검으로 불러 만찬을 했다. 이미 예정된 ‘검사장 리더십과정 검찰총장 만찬’ 자리였지만, 충북 진천에서 교육받던 신임 검사장들을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부른 만큼 그 자리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관심이 모아졌다. 이 자리에선 문 대통령 지시와 관련된 개혁 방안 등이 일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앞서 오전 대검에 전입하는 5급 직원들의 신고를 받으면서 “이런 때일수록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통상적인 당부 말씀이지만 조국 법무부 장관 수사에 대한 정치권의 압력이 큰 상황에서는 의미가 남다르기도 하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검찰 개혁과 조 장관 수사는 별개이며, 수사가 검찰의 집단적인 개혁 저항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직접 ‘검찰권의 행사 방식, 수사 관행, 조직문화’를 검찰의 개혁 과제로 꼽은 만큼 법조계는 무엇보다 피의사실 공표 관행에 관한 윤 총장의 입장이 나올 것인지 주목한다. 윤 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피의사실 공표는 검찰의 고질병”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윤 총장은 “품격과 신사도를 잘 지켜서 법을 집행하도록 유념하겠다”고 답변했었다.

형사부·공판부 검사 우대방안이나 검찰이 뿌리 뽑지 못한 ‘광범위한 압수수색’ ‘별건수사’에 대한 반성이 제시될 것인가도 관심사다. 이런 관행은 피의사실 공표와 더불어 조 장관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 및 여권이 계속 문제 삼아온 것이다. 검찰은 위법수집 증거를 이유로 무죄가 선고된 ‘2007년 제주도지사실 압수수색 사건’ 이후 “압수수색영장에 혐의사실로 기재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증거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적용해 왔다. 증거 수집이 필요해지면 법원에 별도의 영장을 청구하게끔 한 매뉴얼인데, 이후에도 무죄 판결이 없진 않았다.

검찰 구성원들은 문 대통령 메시지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삼갔다. 하지만 조 장관 수사 외압에 대한 강한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장모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후배 검사들은 살아있는 정권과 관련된 수사는 절대 엄정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썼다.

허경구 이경원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