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30일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의원들을 규합해 사실상 독자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당권 투쟁 전면에 나섰다. 탈당을 포함한 모든 카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유 의원은 합당 파트너였던 안철수 전 의원과 공조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독일 유학 중인 안 전 의원은 책 출간 계획이 알려져 정계 복귀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신당 논의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 15명은 이날 손학규 지도부에 맞서는 자체 조직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출범시키고 유 의원을 대표로 추대했다. 이들은 현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당권파가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시간에 맞춰 바로 옆 원내대표실에서 출범식을 겸한 비상회의를 열었다.
유 의원은 비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전 대표와 제가 개혁적 중도보수 정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리면서 출발한 정당”이라며 “그 약속을 한 지 1년8개월이 지났지만 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당 정신을 회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데 변혁이 갈 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 대표와 속을 다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지만, 이분과는 갈 길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느꼈다. 변혁 출범 이후 더 이상 손 대표와 싸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독자 노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설에 대해선 “우리의 진정성을 모독하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면서 변혁 활동과 관련해 안 전 의원과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탈당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유 의원은 “결론이 난 게 없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이고, 정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당의 동지들과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지금의 바른미래당으로는 하고 싶은 정치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독일 유학길에 올랐던 안 전 의원은 자신의 마라톤 도전기를 담은 책을 오는 9일 출간한다. 책에는 유학 경험과 향후 계획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의원은 30일 트위터로 전날 베를린 마라톤 완주 소식 등을 알리며 SNS 활동도 1년2개월 만에 재개했다. 정계 복귀를 준비하는 행보로 여겨진다. 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귀국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늦지 않은 시점에 한국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 체제’가 가시화됨에 따라 바른미래당 현 지도부를 향한 구심력은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이 살신성인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안 전 의원의 귀국 시점이 구체화되면 비당권파의 진로도 결국 신당 창당 쪽에 가까워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비당권파 측 한 의원은 “탈당은 최후의 수단으로 아직까지 의원들이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분당(分黨)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라며 “두 사람이 등장하면서 제3지대 신당을 위한 움직임에도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비당권파 모임을 향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당을 어렵게 만들어놓고 비상행동이다 뭐다 양심 없는 행동을 한다”며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당의 기강을 엄정히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