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비당권파 ‘변혁’ 출범… 중도보수 신당 현실화 되나

입력 2019-10-01 04:05
바른미래당 비당권파인 지상욱 유승민 오신환 정병국 의원(왼쪽부터)이 30일 국회에서 손학규 지도부에 맞서는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출범식을 열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30일 바른정당계와 안철수계 의원들을 규합해 사실상 독자 지도부를 구성하면서 당권 투쟁 전면에 나섰다. 탈당을 포함한 모든 카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유 의원은 합당 파트너였던 안철수 전 의원과 공조하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독일 유학 중인 안 전 의원은 책 출간 계획이 알려져 정계 복귀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신당 논의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 15명은 이날 손학규 지도부에 맞서는 자체 조직인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출범시키고 유 의원을 대표로 추대했다. 이들은 현 지도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당권파가 최고위원회의를 여는 시간에 맞춰 바로 옆 원내대표실에서 출범식을 겸한 비상회의를 열었다.

유 의원은 비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를 열고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전 대표와 제가 개혁적 중도보수 정당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드리면서 출발한 정당”이라며 “그 약속을 한 지 1년8개월이 지났지만 당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창당 정신을 회복하고 초심으로 돌아가는 데 변혁이 갈 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손 대표와 속을 다 터놓고 이야기할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지만, 이분과는 갈 길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느꼈다. 변혁 출범 이후 더 이상 손 대표와 싸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독자 노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설에 대해선 “우리의 진정성을 모독하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하면서 변혁 활동과 관련해 안 전 의원과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탈당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유 의원은 “결론이 난 게 없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이고, 정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당의 동지들과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며 “지금의 바른미래당으로는 하고 싶은 정치를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안철수 전 의원이 지난 29일 베를린 마라톤대회에 출전한 뒤 찍은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6·13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독일 유학길에 올랐던 안 전 의원은 자신의 마라톤 도전기를 담은 책을 오는 9일 출간한다. 책에는 유학 경험과 향후 계획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의원은 30일 트위터로 전날 베를린 마라톤 완주 소식 등을 알리며 SNS 활동도 1년2개월 만에 재개했다. 정계 복귀를 준비하는 행보로 여겨진다. 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귀국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늦지 않은 시점에 한국으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안 체제’가 가시화됨에 따라 바른미래당 현 지도부를 향한 구심력은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이 살신성인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안 전 의원의 귀국 시점이 구체화되면 비당권파의 진로도 결국 신당 창당 쪽에 가까워지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비당권파 측 한 의원은 “탈당은 최후의 수단으로 아직까지 의원들이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분당(分黨)은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라며 “두 사람이 등장하면서 제3지대 신당을 위한 움직임에도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비당권파 모임을 향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당을 어렵게 만들어놓고 비상행동이다 뭐다 양심 없는 행동을 한다”며 “해당 행위에 대해서는 당의 기강을 엄정히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우삼 김용현 기자 s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