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과 서울 강남을 잇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이 착공되면서 노선 인근 지역 주민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거지 지하공간에서 이뤄지는 공사에 따른 진동과 소음은 물론 노후건물 붕괴 등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거주지역 지반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전자뇌관’을 발파작업에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30일 ㈜한화에 따르면 회사는 GTX-A노선 중 삼성~동탄 구간에 전자뇌관 ‘하이트로닉’ 약 3만발을 납품해 발파작업을 진행했다. 한화는 2015년 전 세계 다섯 번째로 전자뇌관을 개발했다.
전자뇌관은 기존 발파 공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 뇌관이 쓰이는 화약과 달리 전자뇌관은 폭파되는 시간을 전자칩을 통해 입력·조절하면서 각 뇌관이 터지는 시간을 최대 0.001초 단위로 잘게 쪼개 연쇄 폭파가 가능하게 된다. 다량의 화약을 한꺼번에 폭파하는 방식에 비해 주변 건축물에 미치는 충격이 덜하고, 진동과 소음도 적다.
현재 도심 지하 40m에서 진행되는 GTX-A노선 공사를 두고 경기도 파주 교하동과 강남 청담동, 용산 후암동 주민들은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노선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파주 열병합발전소와 아파트 단지, 강남과 용산의 노후화된 주택가를 관통하는 노선 공사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발파 진동은 일반 뇌관을 쓴 화약보다 30~40%, 소음은 10~15%가량 줄어든다”며 “기계굴착이 불가능하거나 발파를 공사 지점에서 가까운 거리(약 30m 이내)에서 해야 하는 작업이라면 전자뇌관을 썼을 때 공사로 인한 여파도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전자뇌관이 일반 화약보다 비싸 현장에서는 아직 폭넓게 활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역시 향후 도심에서 진행되는 발파작업에는 전자뇌관이 활용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양형식 전남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암석을 발파하는 데 쓰고 남은 에너지가 진동이 돼 주변에 전파가 되는데 전자뇌관은 이 에너지를 제어해 진동을 줄일 수 있다”며 “각 뇌관이 기폭되는 시간만 제대로 설계해서 쓴다면 진동과 소음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으므로 앞으로의 효용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제대로 설계하지 않고 작업을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전자뇌관 사용에 관한 기술지도를 받고 올바르게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