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중국… 베이징은 국경절 축제무드… 홍콩선 애도 시위

입력 2019-10-01 04:08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29일 신중국 건국 70주년(10월 1일)을 기념하는 공연이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출연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시 주석과 지도부 등 4000여명의 관객이 ‘강력한 전진, 국가’라는 제목의 이 공연을 관람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아 역대 최대 규모의 경축 행사를 시작했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강대국의 면모를 과시하고, 시진핑 국가주석과 중국 공산당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차원에서 올해 국경절 행사에 신경을 쏟아왔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국경절을 경사가 아니라 ‘애도의 날’로 정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로 해 ‘갈라진 중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시 주석은 열사 기념일을 맞아 30일 오전 지도부와 함께 천안문 광장에서 의장대가 도열한 가운데 헌화식을 갖고 선열을 추모했다. 시 주석은 엄숙한 표정으로 헌화한 뒤 열사 기념탑을 둘러봤다. 시진핑 지도부는 신중국 창건을 이끈 마오쩌둥 전 국가주석 기념관도 방문해 참배했다.

시 주석과 지도부는 전날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신중국 70주년 국가 훈장 및 국가 명예 칭호 대상자 42명에 대한 시상식을 열었다. 쿠바 공산당 총서기인 라울 카스트로에게도 우호 훈장을 수여했다. 시 주석은 시상식에서 “영웅을 존경해야 영웅이 생기고 영웅이 되려고 경쟁해야 영웅이 배출된다”며 “충성은 당과 인민의 사업을 위해 신념을 고수하고 중화민족의 부흥을 도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중국 건국 70주년인 1일에는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과 시민 퍼레이드, 불꽃놀이 등이 진행된다. 열병식에는 육·해·공군과 로켓군 등 장병 1만5000여명이 참여하고 각종 군용기 160여대, 군사 장비 580대가 동원된다. 사거리가 1만2000∼1만5000㎞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이나 신형 초음속 순항미사일 등 첨단무기를 대거 선보일 전망이다.

중국의 건국 70주년은 사회주의 종주국인 구소련의 생존기간을 뛰어넘었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소련 공산당은 1922년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USSR) 출범 후 1991년 소련 붕괴 때까지 69년 동안 집권했다. 중국 공산당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70년간 중국을 통치해 왔다.

시 주석은 홍콩 시위 장기화를 의식한 듯 홍콩을 향한 메시지를 내놨다. 시 주석은 건국 70주년 초대회에서 ‘일국양제’ 원칙을 재차 강조하며 “홍콩과 마카오는 애국심 넘치는 동포들의 노력에 힘입어 반드시 조국과 함께 발전, 진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대만에 대해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며 완전한 통일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베이징은 물론 중국 전체가 국경절 축제로 떠들썩하지만 홍콩에서는 대규모 ‘애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홍콩 매체들에 따르면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은 국경절 오후 2시 빅토리아 공원에서 홍콩 도심 센트럴까지 행진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이 단체는 국경절에 대해 천안문 민주화 시위 희생자와 노벨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 등 지난 70년간 중국에서 탄압받고 희생된 사람들을 위한 ‘애도의 날’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인권전선은 홍콩 시민들에게 국경절에 애도의 뜻으로 검은 옷을 입자고 제안했다.

홍콩 시위대는 1일 코즈웨이베이 지역에서 ‘국경은 없다, 국상만 있다’는 주제로 행진을 하고, 침사추이 지역에서는 검은 풍선을 하늘로 날리는 행사를 벌이기로 했다. 또 홍콩 13개 대학 총학생회 등의 주도로 1일부터 ‘3파 운동’도 진행된다. 3파 운동은 파공(罷工·파업), 파과(罷課·동맹휴학), 파매(罷買·불매운동)를 가리킨다. 200여개 중학교 학생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