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히려 불공정 초래한 정규직 전환 정책

입력 2019-10-01 04:02
감사원이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5곳의 정규직 전환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직원 친인척이 정규직 전환에 대거 편승한 문제가 폭로돼 시작한 감사였다. 서울시가 의혹을 규명해 달라며 감사를 자청한 사안이기도 했다. 5개 기관에서 정규직 전환(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 포함)이 완료된 3048명 중 11%(333명)가 재직자의 친인척으로 드러났다. 무기계약직 1285명을 일반직으로 전환한 서울교통공사는 그 비율이 15%(192명)로 가장 높았는데 자회사 직원과 퇴직자의 친인척까지 포함하면 20%에 육박했다. 그중 직원 추천이나 청탁 덕에 약식 절차로 뽑혔거나 구의역 사고 이후 위탁업체 직원을 직접 고용하는 과정에서 끼어든 친인척 등 70여명이 불공정 채용 사례로 지목됐다. 이들도 모두 일반직이 된 상태다. 감사원은 이런 직군 전환 정책이 부실했다며 서울교통공사 사장을 해임하라고 통보했다.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사실상 고용세습의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사실로 확인됐다.

감사원의 결론에 서울시가 반발하고 나선 상황은 가치의 충돌을 빚었다. 서울시는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은 신분상 조치가 아니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것이어서 채용이 아닌 처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일을 하면서 임금의 차별을 받아온 이들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길을 열어주는 데 목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을 일반직으로 전환하더라도 일반직 업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과 자격의 검증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는 감사원의 시각과 차이가 있다. 감사원은 채용이라는 ‘기회의 공정’에 주목한 반면 서울시는 임금이라는 ‘결과의 공정’에 치중했다. 둘 다 중요한 가치이지만 이 사안은 감사원의 시각이 옳다.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방향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 과정이 대단히 미숙했다.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진행된 일괄 전환은 공개 채용을 거친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낳았고 일반직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기회 박탈의 피해를 안겼다. 공정한 사회를 위한 조치가 거꾸로 불공정을 초래한 역설적 상황이 됐고, 선의(善意)의 정책도 불의(不義)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정부와 공직사회가 깊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