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정(30)이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1라운드에서 최종 라운드까지 1위 기록)로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승을 수확했다. 10년 전부터 5년 간격으로 승수를 쌓던 그는 한 시즌 멀티 우승으로 대기만성의 기질을 보여줬다.
허미정은 30일(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 브릭야드 크로싱 골프클럽(파72·6456야드)에서 끝난 LPGA 투어 인디 위민 인 테크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기록해 4언더파 68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 나흘 전 1라운드부터 이날까지 줄곧 선두를 지켰다.
허미정은 LPGA에 입회한 2009년 세이프웨이 클래식에서 투어 첫 승을 수확했지만, 그 이후로 우승권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 지난 시즌까지 9년간 띄운 승전보는 2014년 요코하마 타이어 LPGA 클래식 우승이 전부였다.
하지만 지난해 1월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 안정감을 찾으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8월 LPGA 투어 스코틀랜드오픈에서 정상을 밟은 뒤 2개월도 지나지 않아 시즌 2승을 쌓고 개인 통산 4승을 수확했다.
허미정은 올 시즌 투어에서 고진영(4승), 김세영, 박성현, 해나 그린(호주), 브룩 헨더슨(캐나다·이상 2승)에 이어 멀티 우승을 달성한 6번째 선수가 됐다. 올 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를 달성한 선수는 그린, 핸더슨, 브론테 로(잉글랜드)와 허미정뿐이다.
허미정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즐기면서 하려고 노력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한 경험이 없어 꼭 해보고 싶었다.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허미정은 멀티 우승으로 비운의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던 ‘5년 주기 우승설’도 날려버렸다. 허미정의 시즌 3승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언급되고 있다. 허미정은 “지금처럼 즐기면서 하면 또 다른 좋은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허미정은 오는 4일 개막하는 볼런티어스 오브 아메리카 클래식에서 시즌 3승에 도전한다. 개최지는 허미정의 거주지가 있는 미국 텍사스주에서 열린다. 허미정은 이어 “10월 시댁인 부산에서 열리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해 한국 팬 여러분께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또 올 시즌 우승한 두 대회에 모두 남편이 동행했다며 “올해 남은 대회를 모두 남편과 함께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