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밭 사이로 본 세상’… 김종호 소나무 사진전

입력 2019-10-01 04:03

40년 넘게 한국의 소나무를 촬영한 작가가 있다. 그동안 소나무 군락지를 찾아 돌아다닌 거리는 무려 300만㎞. 작가는 차를 몰고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30만장 넘는 소나무 사진을 찍었다. 그야말로 소나무 사랑이 대단한 ‘소나무 사진가’인 셈이다.

이 같은 사연의 주인공은 사진가 김종호(66)다. 산림청 주최로 오는 11~20일 전남 장흥 장흥천변체육광장 일대에서 열릴 ‘2019 대한민국 산림문화 박람회’를 찾으면 김종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박람회 초청작가로 선정돼 같은 장소에서 ‘사진가 김종호의 춘하추동(春夏秋冬) 소나무 특별전’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전시에는 그가 경북 경주 흥덕왕릉 일대에서 촬영한 ‘정령들의 숲’(사진)을 비롯해 소나무를 통해 한국의 사계절을 엿볼 수 있는 사진이 대거 내걸린다. 저마다 다른 형태를 띤 오묘한 소나무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전시다.

김종호는 최근 문화예술 플랫폼 기업인 비에이블 아트매니지먼트(이하 비에이블)와 전속계약을 맺었다. 비에이블에 따르면 김종호가 소나무 촬영에 본격적으로 매진한 건 1980년대부터다. 독일을 방문했다가 병충해와 지구온난화 탓에 많은 소나무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소나무를 사진으로 담는 데 더욱 매진하게 됐다고 한다. 촬영에 나설 때면 그는 다양한 렌즈를 구비해 숲으로 들어간다. 특이한 건 촬영이 끝난 뒤 절대 보정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종호는 전통적인 촬영 방식을 고수하면서 소나무가 햇살 안개 바람과 섞이면서 만들어내는 특별한 분위기를 포착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김소희 사진비평가는 김종호의 작품에 대해 “소나무 자체를 찍으려 한다기보다는 소나무가 우리 민족에게 갖는 상징적인 의미를 독특한 컬러로 해석하는 작가”라고 평했다. 강다해 비에이블 대표는 “한국의 문화와 예술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다”며 “필름 속에 갇혀 빛을 보지 못한 김종호의 수많은 작품을 이제 세상 밖으로 끄집어낼 것”이라고 전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