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생계와 목회 본질 사이… 올해도 제자리걸음

입력 2019-10-01 00:01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대들이 지난 24일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열린 제104회 총회에서 헌의안과 회무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포항=송지수 인턴기자

‘목회자 이중직 문제’는 목회의 본질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며 수년째 한국교회 주요 교단 총회에서 논쟁이 펼쳐진 주제다. 올해 9월 총회에선 전통적으로 보수신학의 테두리를 지켜 왔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총회장 문수석 목사) 합동(총회장 김종준 목사) 고신(총회장 신수인 목사) 총회가 이 문제를 다뤘지만, 눈에 띌 만한 진전을 보이진 못했다.

예장합신 총회대의원(총대)들은 ‘목회자 이중직을 겸직으로 보고 조건부로 허용하자’는 신학연구위원회 보고를 반려했다. 목회 현장에서의 ‘이중직 허용’과 ‘겸직’이란 용어 사용에 대해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게 이유였다. 연구위가 겸직을 6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생계형 선교형 자비량형 겸직은 허락하되 후원형 신분유지형 소득증대형 겸직은 제한하자”는 안을 내놨지만, 직업이 아닌 직분으로서의 목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총대들의 인식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총회에서 이중직 문제 해결에 물꼬를 텄던 예장합동은 올해 진일보된 헌의안을 상정했지만,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예장합동은 지난해 총회규칙 제9장(이중직 및 겸임 금지)에 이중직을 허락하는 예외 규정(생계, 자비량 목회 등의 사유로 소속 노회 특별한 허락을 받은 자)을 삽입했다. 올해에는 ‘목회자 이중직 금지 조항 삭제’와 ‘이중직 연구위원회 구성’안이 헌의됐지만 총대들은 ‘현행대로 하자’는 의견에 손을 들었다.

예장고신은 총회 신학위원회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를 통해 목회자 이중직을 1년간 연구하기로 결의하며 걸음을 뗐다. 목회자 생계 문제를 위한 공교회적 접근도 다뤄졌다. ‘총회가 대책위(TF)를 구성해 미자립 교회와 목회자의 재정 상황을 조사하고 최소 생활비를 책정해 지급하자’는 청원이 통과되면서 총회 전도위원회가 형편에 따라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목사 장로 정년 연장은 각 교단 결의를 통해 논의 및 시행이 확산되는 추세다. 올해 총회를 통해 교단 명칭을 복원한 예장백석(총회장 장종현 목사)은 현행 70세에서 75세로 목사 임기를 5년 연장했다. 수년째 ‘목사 장로 정년 연장안’이 단골로 상정됐던 예장합동은 올해 처음으로 연구 조직을 세우기로 했다. ‘사역이 중단되는 농어촌 및 낙도교회 현장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100세 시대에 발맞추자’는 데 총대들의 공감이 형성됐다. 예장합동은 이와 관련해 5인 연구위원회를 구성해 연구 보고하기로 결의했다.

반면 ‘정년을 70세에서 68세로 2년 하향하자’는 헌의도 나왔다. 목사 정년 연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다는 방증이다. 일반 직장에서 정년이 60세인 현실과의 거리감, 젊은 목회자들의 사역지 수급문제 악화 등 한국교회 안팎에서 제기되는 우려에 대해 연구와 시행과정에서 얼마나 보완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