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개혁 앞세워 조국 사태 덮으려 하나

입력 2019-10-01 04:01
촛불집회 계기 조국 수호 움직임… 문 대통령, 검찰 수사 결과 토대로 조국 거취 결정한 뒤 검찰 개혁 추진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검찰 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서초동 촛불집회를 계기로 검찰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검찰 개혁은 필요하다. 하지만 혹시라도 조국 법무부 장관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 개혁을 지시한 것이라면 큰 문제다. 지지층 중심으로 개최한 촛불집회를 국민 전체의 뜻으로 호도하며 조 장관 문제를 덮고 가려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순수한 의미의 검찰 개혁이어야 한다. 각종 의혹과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조 장관을 비호하기 위해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삼는 것이라면 성공할 수도 없고 정당성도 가질 수 없다. 문 대통령이 지적한 검찰권 행사 방식이나 수사 관행, 조직문화 등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조 장관만 검찰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며 그를 옹호하려 할 경우 갈등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여권의 움직임을 보면 조국 수호 의도가 엿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촛불 민심은 조국의 개인적인 흠 문제보다는 검찰 개혁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로 논의가 이동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이번 주에 정경심 교수 기소가 현실화하면 지난주보다 2배가 넘는 촛불이 모여 한목소리로 검찰 개혁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분노케 했던 공정성 문제를 비롯해 각종 위법 혐의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나더라도 무시하고 가자는 얘기다. 검찰 개혁을 불공정과 비리를 덮는 국면전환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를 통해 혐의가 드러나면 사법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데도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미리 검찰 수사를 원천 부정하겠다는 의미다.

이쯤 되면 지지층만 바라보고 막가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지층 중심의 집회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볼썽사납다. 그렇다면 조국 사퇴를 외칠 3일 광화문 집회도 국민의 명령이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둘 다 진영싸움일 뿐이다. 일반 시민들까지 모두 참여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문 대통령이 지시한 검찰 개혁은 윤 총장이 그대로 이행하면 될 일이다. 그리고 조 장관 수사는 수사대로 엄정하게 진행하면 된다. 문 대통령은 검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조 장관 거취 문제를 결정하고, 이후 검찰 개혁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바란다. 이것이 진영싸움을 걱정하는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국민들의 생각이다. 검찰 개혁=조국 수호가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