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사회적 약자로서 받는 차별적 시선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nico****)
“페미(니즘) 피해망상 교과서인 판타지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남녀 갈등만 더 심화되지 않겠나.”(nyjd****)
포털 사이트에 마련된 영화 ‘82년생 김지영’ 리뷰 게시판에는 개봉이 되기도 전부터 남녀 간의 의견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모두가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며 응원을 보내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편향된 페미니즘 영화”라며 힐난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배우 서지혜가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었다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가 일부 네티즌에게 악플 세례를 받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서지혜는 결국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고, 이에 동료 배우 김옥빈은 “자유롭게 읽을 자유, 누가 검열하는가”라는 댓글로 응원을 보냈다.
이런 논란은 영화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부터 예고됐다. 82년생 김지영의 삶을 통해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불평등을 들여다본 동명 원작 소설이 2016년 출간 이후 100만부 이상 판매되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켜 페미니즘의 상징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여성주의적 성향이 짙은 영화들은 개봉 때마다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다. 아동학대 문제를 여성의 연대로 감싸 안는 ‘미쓰백’이나 여성 대상 범죄를 여성 형사들이 소탕하는 ‘걸캅스’ 같은 작품들은 여성 관객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직접 관람하러 극장에 가지 않더라도 티켓을 구매하는 ‘영혼 보내기’ 운동이 벌어졌을 정도다. 반면 일부 남성 관객들에게는 무차별적 비난을 받았다.
‘82년생 김지영’은 그 끝판왕격이다. 여성 관객들을 중심으로 일찌감치 ‘영혼 보내기’ 움직임이 일고 있는 한편, 반대 진영에서는 작품 자체는 물론 출연 배우들을 향해서까지 악성 댓글 폭격이 이어지고 있다. 개봉일이 확정되지도 않은 시점임에도 벌써부터 별점 테러까지 시작됐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카테고리화해서 낙인을 찍는 여론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이야기이다. 자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도 “여성과 남성의 문화적 이슈를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한다. 여성의 소리에 반발하는 건 현시대의 문화적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남녀를 이분법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작품의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현상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어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가 만연해있는 것 같다. 진정한 의미의 페미니즘은 어떤 성별이 우월하다거나 정복시켜야 한다는 게 아니라, 기존의 성역할에서 벗어나 진정한 성평등을 이루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