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혁명’ 5주년을 맞아 홍콩시민들이 도심에서 17주째 대규모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대는 오성홍기뿐 아니라 중국 공산당 깃발도 불태웠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오쩌둥 전 주석의 초상화를 길바닥에 붙여놓고 밟고 다니는 등 강한 반중 정서를 드러냈다. 홍콩 정부는 11월 예정된 구의회 선거를 일부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언론들은 29일 시위대가 이날 오후 2시쯤부터 시내 곳곳 도로를 점거하고 행진하며 “홍콩 독립”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도로를 점거하고 바리케이드를 친 채 경찰과 대치하다 경찰이 해산에 나서자 화염병 등을 던지며 저항했다. 시위대가 행진하면서 도심 곳곳에서 도로가 차단됐고, 미국 성조기 등 각국의 국기와 유엔 깃발을 흔드는 시민들도 보였다. 덴마크 국기를 든 시위 참가자는 “우리는 홍콩 시위가 세계적인 싸움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홍콩의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온 민간인권전선은 전날 오후 애드미럴티에 있는 타마르 공원에서 우산혁명 5주년 기념 집회를 열었다. 수만명의 시위대는 송환법 공식 철회와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시위대의 ‘5대 요구’를 모두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거리에는 “우리가 돌아왔다(We are back)”고 적힌 노란색 대형 현수막이 내걸렸고 곳곳에선 중국 국기와 공산당 깃발이 불탔다. 시위대는 중국 지도자들의 사진을 전철역과 거리의 바닥에 붙여 행인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했다. 시위대와 경찰은 우산혁명이 시작된 장소인 하코트 로드에서 격렬하게 충돌했다.
홍콩시민들은 2014년 9월 28일부터 79일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장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가 경찰의 최루탄을 우산을 펼쳐 막으면서 ‘우산혁명’으로 불렸다. 당시 하루 최대 50만명의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지만 결국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다.
현지 언론들은 또 시위대가 투표를 방해할 경우라는 전제를 달아 홍콩 정부가 오는 11월로 예정된 구의회 선거를 일부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계획은 ‘우산혁명’ 주역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 공개됐다. 웡 비서장은 전날 “11월 선거는 우리의 불만을 보여줄 수 있는 제도적 수단으로 홍콩 정부와 중국 시진핑 주석에게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는 높은 득표율이 필수적이다”라며 출마를 선언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