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연기된 북·미 실무협상, 10월 중순 개최 가능성

입력 2019-09-30 04:05
강경화(왼쪽) 외교부 장관이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개발계획(UNDP) 본부에서 아킴 슈타이너 UNDP 사무총장을 만나고 있다. 외교부 제공

관심을 모았던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개최는 결국 다음 달로 넘어갔다. ‘하노이 노딜’ 트라우마를 가진 북한은 미국이 만족할 만한 구체적 메시지를 내놓지 않자 비핵화 실무협상 개최를 미룬 것이다. 북·미 모두 실무협상 개최 필요성과 대화 동력 유지에는 공감하는 만큼 다음 달 중순에는 개최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27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에 대해 “수주(내에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과 북한 측이 소통을 통해서 장소와 시간을 정해야 하는데 그게 아직 조율이 안 된 것 같다”고 밝혔다.

당초 북한은 이달 들어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실무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 명의 담화 등을 통해 북·미 대화 재개 의지를 적극 피력했다.

이달 중 실무회담 개최가 유력해 보였지만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에 기초한 카드를 내놓지 않자 발을 뺀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총회 계기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특별히 유화적인 대북 메시지를 전하지 않았다.

이에 북한은 지난 27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나서 “앞으로의 수뇌회담(정상회담) 전망은 밝지 못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용단을 촉구했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가 28일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글로벌 평화포럼 만찬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다만 북·미 양측 모두 실무협상 개최엔 여전히 긍정적이어서 다음 달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북·미 간 ‘뉴욕 채널’도 여전히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28일(현지시간)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2019 글로벌 평화포럼’ 만찬에서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전망은 낙관적이고 시점도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지난 26일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우리는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전화벨이 울리고 우리가 그 전화를 받아 북한이 되는 장소와 시간을 찾아갈 기회를 얻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실무협상 개최는 북한이 요구하는 ‘새로운 계산법’에 맞춘 협상 카드를 미측이 구체적으로 제시할지 여부에 달려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노딜’을 경험한 후 미국의 확실한 보장이 있어야 협상테이블에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무협상 전까지 북·미 간 물밑 줄다리기가 치열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체제안전 보장 및 제재 완화 사안에서 구체적이면서도 전향적인 카드를 원한다. 반면 미국은 비핵화 정의가 명확해야 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 역시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남훈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9일 “북한은 ‘하노이 노딜’ 트라우마 때문에 실무협상 개최 문제부터도 재고 또 재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설정한 연말까지의 협상 시한 때문에 계속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라 다음 달 중순에는 가시적 북·미 접촉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은 이번에 확실한 체제안전 보장이 없어서 실무협상 개최에 머뭇거린 것”이라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개최는 기정사실화돼 있어 안 열리기는 어렵고, 다음 달 중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상헌 기자,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