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형 안심대출 신청액 60조원, 모집 한도 ‘3배’… 집값 싸면 유리

입력 2019-09-30 04:05

최대 연 1%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 열흘간 60조원가량의 신청이 몰렸다. 모집 한도(20조원)의 3배 수준이다. 금액 기준으로 3분의 2는 탈락하는 셈이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기존의 변동금리나 준(準)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연 1.85~2.20%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정책 금융상품이다. 이자 부담과 금리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접수 사흘째인 지난 22일 일찌감치 20조원을 돌파했다. 오프라인(14개 은행 창구) 접수가 마감된 지난 26일 50조원을 넘어섰다. 29일 자정까지인 온라인(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 신청 수요를 더하면 총 신청 액수는 6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청 결과와 신청자들의 소득·주택가격 분포, 대환 계획 등을 30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주택 가격 9억원 이하인 1주택자가 신청할 수 있다. 2015년 출시돼 인기를 끌었던 1차 안심전환대출과 다른 건 부부합산 소득 8500만원 이하라는 ‘소득 기준’이 생겼다는 점이다. 대신 요건만 충족하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대출은 물론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도 이용할 수 있다. 20조원 한도에서 집값이 낮은 순서로 지원 대상자를 선정한다.

가장 큰 장점은 낮은 금리다. 3억원을 연 3.16% 변동금리로 20년 만기 대출받은 차주라면 매달 168만8000원을 갚아야 한다. 하지만 서민형 안심전환대출로 연 2.05% 금리를 적용받으면 매달 이자액이 16만3000원 줄어든다. 금리는 최소 10년에서 최대 30년까지 고정할 수 있다. 다만 대환 한도는 최대 5억원까지다. 기존 대출보다 더 많이 빌릴 수는 없다.

신청 한도의 3배 수준으로 접수가 몰리면서 ‘주택 시가 9억원 이하’라는 커트라인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주택 가격이 낮은 순서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비싼 서울보다 비수도권 지역 거주자, 아파트보다 빌라 등 주택 보유자의 당첨 확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KB부동산 리브온이 발표한 ‘월간 KB주택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택 중위가격(주택 매매가의 중간값)은 6억4710만원이다. 특히 서울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8억6245만원에 이른다. 반면 6개 광역시의 주택 중위가격은 2억1571만원,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의 중위가격은 1억5251만원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보다 집값이 싼 지방 대출자들의 당첨 비중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