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F 영향 본격화… 돼지고기 소비 줄고 가격 폭등 직전

입력 2019-09-30 04:04
한 시민이 29일 서울 한 대형마트 국산 돼지고기 판매대 옆에서 수입 소고기를 구입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이후 돼지고기 소비량이 줄고 있는 반면 수입 소고기와 닭고기 매출은 늘고 있다. 연합뉴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가 열흘 넘게 이어지면서 돼지고기 소비에도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형마트가 확보해둔 돼지고기 물량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소비자 식탁에 오르는 돼지고기 가격도 폭등하기 직전이다. 설상가상 돼지고기 수입을 늘려 가격을 낮추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인 중국이 ASF의 직격탄을 맞은 뒤 국제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어서다. ASF가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정부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돼지고기 소비는 줄고 있다. 대신 소고기와 닭고기 소비가 늘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시중 대형마트가 ASF 사태 이전에 확보해둔 돼지고기 재고 물량이 곧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업계는 지난 17일 ASF가 처음 발생했을 때 업체별로 1~2주 분량의 재고 물량을 확보해뒀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대형마트는 ASF 확산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ASF는 경기도 일대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계속 발생하는 등 사태는 확산일로다.

ASF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사이 돼지고기 경매가는 요동쳤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당 4500원대이던 경매가가 한때 6000원대로 오르더니 여전히 5000원대 이하로 떨어질 줄 모르고 있다. 비축 물량을 소모한 대형마트들은 이제 ASF 사태로 가격이 치솟은 돼지고기를 사들여야 할 처지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물량이 소진되는) 다음 주에는 돼지고기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되지는 않았고 될 수 있는 한 인상 폭을 줄여보려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ASF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입 물량을 늘려 대처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도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이날 한은 해외경제 포커스에 게재한 ‘중국의 돼지고기 가격 급등 배경 및 전망’ 보고서에서 중국 내 돼지고기 가격이 지난 26일 도매가 기준으로 전년 동일 대비 82.4% 올랐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8월 ASF가 발생해 모돈(母豚) 사육두수가 급감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치솟았다. 한 해 돼지고기 5500만t을 소비하는 중국은 돼지고기 수급을 위해 수입 물량을 크게 늘렸다. 중국의 지난 1~8월 돼지고기 수입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7%나 오를 정도였다. 주요 수입 대상국은 독일 스페인 캐나다 브라질 미국 등이다. 이처럼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돼지고기 49.3%를 소비하는 중국이 수입을 늘리자 세계 돼지고기 가격도 요동쳤다.

반면 가격 상승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업계는 ASF 발병 이전에 시중에 풀린 돼지고기가 많아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분석해 왔다. 돼지고기 가격이 상승한 것은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대형마트의 경우 “아직 재고가 1주일 분량 남았는데, 공급 업체가 확보해둔 물량까지 고려하면 앞으로도 수주를 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은 확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돼지고기 판매량은 ASF 발병 이후 줄었다. A대형마트의 경우 지난 23~26일 구이용 국산 냉장 삼겹살 매출이 전주 동기인 16~19일보다 9% 감소했다. 반면 수입 소고기 매출은 22%, 닭고기는 26% 올랐다. B대형마트에서도 같은 기간 국산 냉장 삼겹살 매출은 2.4% 줄었지만 닭고기와 수입 소고기 매출은 각각 7.2%, 6.8% 늘었다. 정부가 ASF는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불안감을 털어내지 못한 소비자들이 대체재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이택현 박재찬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