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9월 소비자물가’ 발표를 앞두고 디플레이션 우려를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경제성장률에 대해서는 지난 7월 낮춰 발표한 전망치(2.2%)마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향 조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지난 27일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기자단 워크숍에 참석해 “올해 8월 물가상승률이 0%대로 가니까 디플레이션 우려가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그 배경을) 정확히 보자”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한 반론을 시작했다. 디플레이션은 광범위한 물가 하락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 현상을 지칭한다. 통상 디플레이션은 한두 달이 아니라 그보다 오래 지속되면서 가격 하락이 많은 품목으로 확산되는 상황을 말한다. 이 총재는 지난달의 ‘0%대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시기 급등했던 일부 품목의 가격 때문에 수치상 더 낮게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8월이 0%로 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농축수산물 가격이 작년에 급등한 데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다”며 “만약에 예년 흐름만 이어졌어도 0%까지는 안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저효과가 해소되는 시기는 빠르면 연말, 아니면 내년 초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러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 내외로 올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038%로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사실상 첫 마이너스였다. 공식 통계는 소수점 첫째자리까지만 잡기 때문에 정부나 한은은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마이너스가 아닌 0%로 본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끊이지 않는 것은 이달과 다음 달에도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다음 달 1일 발표하는 ‘9월 소비자물가’는 8월보다 더욱 명확한 소수점 첫째자리 수준의 하락(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총재는 “일단 마이너스로 예상을 하는데 9월 물가가 나오면 그것이 아무래도 논란이 되지 않겠느냐”며 “마이너스가 나온다면 가장 큰 요인은 지난해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했던 기저효과”라고 재차 강조했다. 물가관리 당국 수장이 ‘9월 물가’ 발표를 앞두고 미리 방어를 한 것이다.
한편 올해 경제성장률이 한은에서 지난 7월 전망한 2.2%보다 낮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 총재는 “11월에 (다음) 전망치를 내놓을 것”이라며 “그때까지 봐야 되지만 2.2% 달성이 녹록지 않다”고 답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