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앓는 예장백석

입력 2019-09-30 00:01
예장백석 총대들이 지난 2일 강원도 평창 한화리조트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총대들은 총회에서 특별재심원 설치 등 개혁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일부 인사들은 이탈 후 예장백석대신 교단을 만들었다. 국민일보DB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통합에 이어 단기간에 제3의 장로교단으로 성장했던 예장백석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 일부 인사들이 탈퇴공고를 내고 이탈한 뒤 교단을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위에선 교단 명칭 등 요구조건을 관철하기 위한 집단행동 성격이 짙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예장백석에서 이탈한 회원들은 지난 19일 경기도 화성 라비돌리조트에서 “직전 총회장 등이 지난 회기 과도한 결의와 중징계로 총회 혼란을 가중했다”며 예장백석대신 총회를 출범시켰다. 이탈 측 멤버 중 다수는 구 대신 측 인사다. 백석 출신에는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과 한국교회언론회 대표, 교단총회장까지 지낸 A목사가 포함돼 있다.

A목사는 “지금까지 한국교회 연합을 외쳤던 사람이 정반대로 분열의 중심에 섰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척 무겁다”면서 “하지만 직전 총회장의 리더십 때문에 피해를 본 회원을 구제하기는커녕 면직시키고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탈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교단 설립은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지렛대 개념이 강하다. A목사는 “만약 우리가 요구했던 사항을 애초에 해결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총회를 어지럽힌 인사에게 자격정지 결정을 내리고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재결합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대신 출신 인사들은 교단 명칭이 예장백석으로 바뀌면서 ‘대신’이라는 이름이 빠져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예장백석에서 총회장까지 지낸 B목사는 “예장백석에서 은혜를 많이 입었지만, 직전 총회장과 추종 인사들의 일방적 리더십 때문에 결국 하나 되지 못하고 갈라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단 명칭 변경으로 구 대신 측 인사들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면서 “우리가 지목한 인사를 정리하지 않은 이상 하나 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장백석 측은 이에 대해 “2015년 교단 통합 이후 구 대신 측은 합의사항, 통합정신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4년간 권리만 요구하다가 요구사항이 수용되지 않자 결국 이탈하고 자신이 개혁세력, 교권의 피해자인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개혁을 말하지만, 사실은 징계를 피하고자 이탈한 성격이 짙다”면서 “교단을 탈퇴한 인사들이 교단 명과 총회 회기를 마음대로 사용하며 교회를 분열시키는 행위를 ‘개혁’이나 ‘교단 설립’이라는 이름으로 용납해줘선 안 된다”고 밝혔다.

예장백석은 9월 총회에서 특별재심원과 예결산조사처리위원회, 헌법개정수정위원회 출범이라는 개혁 방침을 밝힌 상태다.

예장백석 총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자신들이 직접 추천한 직전 총회장이 마음에 들지 않기에 탄핵하겠다며 집단행동에 나서면서 시작됐다”면서 “지난 회기 혹시 피해를 본 회원이 있다면 적법 절차에 따라 철저하게 조사한 뒤 구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