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 ‘트럼프 탄핵’ 속도전… 폼페이오도 유력한 조사 타깃

입력 2019-09-30 04:05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월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극단주의 무장단체 ISIS 격퇴를 위한 ‘반ISIS 국제연대’ 장관회의에서 발언 도중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미 하원의 트럼프 대통령 탄핵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아져 곤혹스런 입장에 처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미국 민주당의 탄핵 움직임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민주당이 하원 탄핵 표결을 11월에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르면 10월 말 탄핵 표결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탄핵 조사의 범위를 압축해 빠르게 진행하면서 탄핵 정국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킬 계획이다. 우선 탄핵조사 청문회부터 속도를 낼 방침이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정보위원회·정부감독개혁위원회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오는 10월 4일까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보낸 것이 속도전의 시작이다. 이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앞선 2번의 자료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10월 4일까지 자료 제출을 강제하는 소환장을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은 폼페이오 장관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과 함께 하원의 탄핵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탄핵 조사를 받을 경우 북·미 비핵화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개입한 증거들이 나오면 그가 관여하는 북·미 대화도 불신을 받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 배후 인물인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 측 인사들을 만날 때 국무부의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한 것은 폼페이오 장관을 궁지로 몰고 있다. 미 하원은 공식 권한이 없는 줄리아니에게 국무부가 도움을 제공했는지, 그리고 국무부 인사들이 어느 수위까지 이번 사건에 개입했는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미 하원의 3개 상임위는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와 커트 볼커 미 국무부 우크라이나협상 특별대표,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 주재 미국대사 등 국무부 소속 5명에게서 2주 안에 관련 진술을 받는 일정도 잡았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상황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미 국민들 사이에서도 탄핵 찬성 여론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공영방송 NPR·PBS와 조사기관 마리스트가 2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탄핵 찬성 비율이 49%로 나타났다. 반대는 46%였다. 지난 4월의 같은 조사와 비교할 때 탄핵 찬성은 10% 포인트 늘어났다.

정치전문매체 힐과 조사기관 해리스X가 26∼27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탄핵 찬성이 47%, 탄핵 반대가 42%였다. 이전 조사보다 탄핵 찬성 비율이 12% 포인트 급증했고 반대는 11% 포인트 급감했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일치단결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에서도 탄핵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공화당 소속 필 스콧 버몬트 주지사와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탄핵조사에 찬성했고, 공화당 소속이지만 반(反) 트럼프 노선인 밋 롬니 상원의원과 벤 새스 상원의원도 조사를 촉구했다. 마크 애머데이 하원의원도 탄핵 조사 찬성 대열에 가담했다.

그럼에도 골프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없이 28일 남녀 골프 스타였던 게리 플레이어, 안니카 소렌스탐과 버지니아주에 있는 자신 소유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라운딩을 즐겼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