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업그레이드 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세계랭킹 9위)이 최종 6승(5패)을 거두며 월드컵 여정을 마무리했다. 미국(3위)과의 최종전에서 아쉽게 패했지만 강호들을 연이어 잡아낸 한국은 올림픽 본선 3회 연속 진출의 청신호를 밝혔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2019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컵 3라운드 3차전에서 미국에 세트스코어 1대 3(21-25 16-25 25-16 22-25)으로 석패하며 6승 5패로 대회를 마쳤다. 세르비아(1위)·중국(2위)·미국·브라질(4위) 등 강호들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1.5군으로 구성된 세르비아와 브라질, 라이벌 일본(6위)을 잡아내는 성과를 남겼다.
라바리니 감독의 전술이 녹아들며 대표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모습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세터와 리베로를 뺀 모든 선수가 빠르게 공격에 나서는 ‘토털배구’를 강조해 왔다. 그동안 김연경(엑자시바시)에 의존했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다양한 선수들이 공격을 분담했다. 이재영(흥국생명)과 김희진(IBK 기업은행)이 각각 142점과 139점으로 팀 득점 1·2위에 오르며 김연경(136점)과 함께 삼각편대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소속팀과 이전 대표팀에서 주로 센터로 뛰던 김희진의 아포짓 스파이커(오른쪽 공격수) 변신 성공은 팀의 공격 옵션을 다양화했다. 세터 이다영(현대건설)의 볼 배분도 갈수록 좋아지면서 토털배구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을 들었다.
장윤희 SPOTV 해설위원은 “김희진과 이재영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올해 처음 대표팀 주전으로 도약한 이다영도 열심히 훈련하며 세터로서 과감한 경기 운영을 보였다”며 “세계적인 팀들과 경쟁하기 위한 토털·스피드 배구가 잘 구현된 대회”라고 분석했다.
라바리니 감독의 ‘믿음의 리더십’은 호성적의 비결로 꼽힌다. 장 위원은 “라바리니 감독이 비주전 선수들에게도 믿음을 주며 과감히 기용해 강팀을 만들어냈다. 선수들도 마음을 열고 기술적인 지도를 빠르게 받아들였다”고 언급했다.
다만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4~5점씩 연속으로 내준다거나 20득점 이후 점수를 내지 못하는 문제가 불거졌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마음이 급해지는 멘탈을 다스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팀은 30일 오후 귀국한다. 한국은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 대륙별 예선에서 기세를 몰아 3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이 예선에서 1위를 해야 올림픽 티켓을 따내게 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