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 벗고 ‘실용’ 입은 태권복, 흥미 더한다

입력 2019-09-30 04:08
세계태권도연맹이 도쿄올림픽을 1년 앞두고 기존의 선수 도복에서 벗어나 실용성과 기능성을 강조한 태권복을 선보였다. 새 태권복을 입은 각국 대표 선수들이 지난 27일 점검 경기에서 대결을 펼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도복보다 가볍고 밀착돼 몸이 더 빨라졌어요. 강한 상대와 싸우면서도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태권도가 도복을 벗고 환골탈태를 시도한다. 도복은 발기술을 주로 사용하는 태권도 종목의 특성상 선수들 사이에서 불편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또 과학화·현대화와 추세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새 경기복 도입 필요성이 적지 않았다. 이에 세계태권도연맹은 2020 도쿄올림픽 사전 점검 행사에서 스포츠웨어 형태의 새 경기복을 선보였다.

개최국 일본과 중국·대만·영국·프랑스 등 각국 태권도 경량급(남자 58㎏·여자 49㎏) 국가대표들은 27~28일 이틀간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메시홀에서 새 경기복을 입고 첫 실전을 가졌다. 이 경기장은 도쿄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열리는 곳이다.

새 경기복은 타이즈처럼 몸에 밀착되는 신축성 소재의 하의, 충격을 완화하는 덧감을 붙이고 손가락을 구부린 형태로 고정한 글러브가 특징이다. 상의의 경우 도복과 비슷한 외형을 갖고 있지만, 소재가 가벼워졌고 팔소매가 좁아졌다. 도복에서 상의에 가려졌던 주먹과 발은 새 경기복에서 완전히 밖으로 나와 타격 지점을 선명하게 나타낼 수 있게 됐다. 글러브는 태권도 선수들이 자주 당하는 손가락 골절상은 물론, 상대방의 상의를 잡아채는 부정행위도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브라질 남자 태권도 대표팀의 파울루 멜루가 몸에 밀착된 소재의 하의와 팔 소매가 짧은 상의로 된 새 옷을 입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세계태권도연맹 제공

새 경기복을 입고 첫 실전을 가진 선수 및 각국 대표팀 감독들은 대체로 기능성과 실용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 트리니다드토바고의 진 모리스 영은 “도복보다 가볍고 밀착돼 두 다리가 더 빠르게 움직였다. 충격을 줄이도록 설계돼 강한 상대와 대련하면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프레지던트컵 팬아메리카 여자 49㎏급 챔피언 탈리스카 레이스(브라질)는 “몸이 빨라진 느낌을 받았다.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고 평가했다.

독일 여자 대표팀을 지휘하는 한국인 김연지 감독은 “땀 흡수나 충격 완화와 같은 기능성에다 시각적으로도 보기 좋아 선수들의 호평이 많다”고 덧붙였다.

다만 선수 육성이 아닌 수련 위주로 교육하는 일부 사범들 사이에서 새 경기복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맹은 이 의견을 반영해 대회에서만 새 경기복을 채택하고, 품새에서는 도복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조정원 연맹 총재는 29일 “각국 감독과 선수의 의견을 수집해 보완 작업을 거친 뒤 12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연맹 임시 집행위원회에서 새 경기복의 최종 도안을 결정하겠다”며 “태권도가 처음으로 올림픽·패럴림픽에서 모두 정식종목으로 열릴 내년 여름 지바에서 최고의 경기를 치르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지바=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