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에 관한 검찰 수사를 거론하며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검찰은 성찰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관계 규명이나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 여부도 검찰 수사 등 사법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 관련 피의사실 공표와 과도한 수사 논란을 문제 삼아 검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시 담당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수사 외압’으로 규정한 야당의 조 장관 파면 요구를 일축한 셈이다. 야당은 “노골적인 수사 개입”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라며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검찰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수사권 독립과 검찰 개혁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그 개혁의 주체임을 명심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개혁 과제에 대해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같은 법제도적 개혁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절제된 검찰권 행사’ 언급은 지난 23일 11시간가량 진행된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과도하고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사를 관행상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알아서 해석하길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은 검찰에 맡기고 국정은 국정대로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지혜를 함께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국민에게 (문 대통령이) 당부하고자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은 조 장관이 수사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검찰에서 흘렸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조 장관을 엄호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과 내통하는 검사가 있다면 즉시 색출해서 사법처리하라”며 “정치검찰은 이 기회에 끝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문 대통령 발언이 나온 뒤 “헌법 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겁박에 나선 것”이라며 “권력을 빌미로 노골적 개입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조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바른미래당과 손을 잡고 조 장관 탄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조 장관과 수사검사와의 통화에 대해 “수사 압력을 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 자녀의 입시 의혹을 계기로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 문제에 대한 전수조사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당 지도부가 이 방안을 제안한 데 대해 “거리낄 것 없다. 찬성한다”며 “다만 이것이 ‘조국 물타기용’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