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조국 수사 관련 “절제된 검찰권 중요”

입력 2019-09-27 18:21
윤석열 검찰총장이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걸어가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서영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에 관한 검찰 수사를 거론하며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 검찰은 성찰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이다시피 엄정하게 수사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관계 규명이나 조 장관이 책임져야 할 일이 있는지 여부도 검찰 수사 등 사법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 관련 피의사실 공표와 과도한 수사 논란을 문제 삼아 검찰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시 담당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수사 외압’으로 규정한 야당의 조 장관 파면 요구를 일축한 셈이다. 야당은 “노골적인 수사 개입”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라며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검찰은 온 국민이 염원하는 수사권 독립과 검찰 개혁이라는 역사적 소명을 함께 가지고 있으며 그 개혁의 주체임을 명심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개혁 과제에 대해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나 수사권 조정 같은 법제도적 개혁뿐 아니라 검찰권 행사의 방식과 수사관행 등의 개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절제된 검찰권 행사’ 언급은 지난 23일 11시간가량 진행된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과도하고 유례를 찾기 어려운 수사를 관행상 매우 부적절한 것으로 비판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알아서 해석하길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문 대통령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은 검찰에 맡기고 국정은 국정대로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지혜를 함께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국민에게 (문 대통령이) 당부하고자 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은 조 장관이 수사검사와 통화한 사실을 검찰에서 흘렸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조 장관을 엄호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야당과 내통하는 검사가 있다면 즉시 색출해서 사법처리하라”며 “정치검찰은 이 기회에 끝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문 대통령 발언이 나온 뒤 “헌법 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 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문 대통령이 수사 중인 검찰을 향해 겁박에 나선 것”이라며 “권력을 빌미로 노골적 개입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조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키로 했다. 바른미래당과 손을 잡고 조 장관 탄핵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조 장관과 수사검사와의 통화에 대해 “수사 압력을 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 자녀의 입시 의혹을 계기로 국회의원 등 고위공직자 자녀 입시 문제에 대한 전수조사 방안도 추진될 전망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민주당 지도부가 이 방안을 제안한 데 대해 “거리낄 것 없다. 찬성한다”며 “다만 이것이 ‘조국 물타기용’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