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감염병이다. 저절로 회복되기도 하지만 약 50~80%에서 만성 간염으로 진행되고 일부는 간경화, 간암으로 발전되는 위중한 질병이다. 그런데 B형 간염과 달리 백신이 개발되어 있지 않아서 효과적인 예방이 어렵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최근에 복용도 간편하고 치료효과도 탁월한 C형 간염 치료제가 개발된 것이다. 비록 한 사람 치료에 1000만원 가까운 비용이 들지만 우리나라는 건강보험급여가 되어 환자 부담은 200-300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간경화, 간암이 되면 더 큰 고통과 치료비용이 들게 되고 사망할 수도 있어 조기에 간염을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국가별로 2030년까지 바이러스 간염 퇴치 실행 계획을 세울 것을 촉구하고 있다. 몇몇 나라는 2030년이 아니라 2025년으로 앞당겨 퇴치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하였다. B형 간염은 적극적인 예방접종 정책으로, A형 간염은 국가의 유병수준에 따라 예방접종과 위생수준 향상으로, C형 간염은 적극적인 환자발견과 치료 정책으로 퇴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C형 간염은 감염 초기를 지나면 대부분 증상이 없어서 간경화, 간암까지 진행되는 동안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C형 간염 퇴치를 위해서는 감염된 지 모르고 있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90% 이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C형 간염 환자가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있으면 병이 진행되어 위중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에 C형 간염을 전파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이나 체액에 있기 때문에 오염된 의료기기나 주사기 사용, 주사약물 공동사용 등으로 인해 전파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의료관련감염에 의한 C형 간염 유행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메르스 유행 이후 의료관련감염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높아졌다. 그 결과 2015년 11월에 양천구 다나의원의 유행이 보고되었고, 2016년에는 원주 한양정형외과의원, 동작구 현대의원 등에서도 C형 간염 유행이 보고되었다. 이 3곳에서 확인된 감염자만 해도 850명이 넘는다. 하지만 C형 간염이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전파되는 것은 아니다. C형 간염 감염자와 면도기, 칫솔, 손톱깎이 등을 공동 사용하거나 감염자와의 성접촉, 모자간 수직 감염, 문신, 피어싱 등으로도 전파된다.
그렇다면 C형 간염을 퇴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감염병 관리는 1) 감염원 제거, 2) 전파 차단, 3) 사람의 면역증가 3가지를 기본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C형 간염은 백신도 없고, 치료된 후에도 면역이 생기지 않는다. 전파 차단을 위해서는 의료감염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고 일상생활에서도 다른 사람의 혈액이나 체액에 접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전파를 완벽히 차단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감염원 제거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C형 간염의 감염원은 환자이다. 특히 감염된 지 모르고 있는 무증상 환자가 위험하다. 따라서 검진을 통해서 무증상 환자를 찾아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곧 감염원을 제거하는 것이고, C형 간염 확산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부러워하는 국가검진체계를 갖추고 있다. C형 간염 항체검사를 40세 이상 성인 검진항목에 포함하여 집중적으로 2년간 시행하여 모든 환자를 찾아내 치료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C형 간염 퇴치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초기 검사와 치료비용 문제 때문에 사업 기간을 길게 잡고 더디게 시행한다면 C형 간염은 계속 확산되어 환자수가 늘어나게 될 것이므로 같은 비용을 들이고도 C형 간염 퇴치를 이루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기모란 예방의학전문의·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