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인사권 쥔 장관이 검사에 전화한 건 외압” 한목소리

입력 2019-09-26 21:35 수정 2019-09-29 17:12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검찰의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검사와 통화한 데 대해 부적절한 처사라는 측면을 넘어 수사 외압으로 비쳐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장관은 26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지난 23일 오전 서울 방배동 자택 압수수색이 시작된 이후 현장에서 수사관들을 지휘하던 특수2부 검사와 전화통화를 했다. 당시 조 장관은 “장관입니다”라고 밝혔고, 전화를 받은 검사는 “특수2부 ○○○입니다”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제 처가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였다. 처가 옆에 있던 누군가를 바꿔줘서 ‘처가 불안한 것 같으니 압수수색을 하되 처의 건강문제를 챙겨달라’ 이렇게 말하고 끊었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입장을 내고 “압수수색을 방해하려는 취지의 언급을 하거나 관련 수사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조 장관의 전화를 상당한 압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검찰은 조 장관이 통화에서 ‘신속한 압수수색 진행’이라는 취지의 말을 여러 번 했으며, 이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검찰 내에선 조 장관의 전화가 수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심을 살 만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검찰총장을 지휘하고 검사의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 장관이 평검사에게 한 전화는, 구체적인 지시 여부를 떠나 외압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한 행동이라는 의미다.

한 검찰 간부는 “누구나 부적절한 행동임을 알 만한 사안 아니냐”며 “부적절함을 몰랐다면 장관으로서의 인식이 부족했던 것이고, 부적절함을 알고 통화했다면 더욱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 현직 검사는 “조사자가 인척을 데리고 검찰에 출석해 방에 오면 들여보내지 않고 말도 섞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남편으로서’ 말한 것이 전부라는 법무부 측 해명에 대한 반응이었다.

한 검사장은 “당사자가 된 조 장관 입장에서는 하소연 기조로 말했을지도 모르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적절한 행동이며, 공직자로서는 납득이 안 가는 일”이라고 했다.

장관이 아니면 애초 통화도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문제제기도 있다. 그간 강제수사를 받았던 무수한 피의자들에게 허용되는 행동이었겠느냐는 얘기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통상의 피의자가 자택 압수수색을 당하는데 ‘검사 좀 바꿔봐라, 빨리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배우자가 충격으로 쓰러져 119까지 부르려던 상황”이라는 조 장관 측 설명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야권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조 장관의 행위가 수사방해에 해당하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의율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다만 조 장관 압수수색이 무리 없이 이뤄졌다면 직권남용으로 보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변호사는 “현장에서 철수하라거나 하는 요구가 아니었다면, 직권남용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