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시라크(사진) 전 프랑스 대통령이 별세했다. 향년 86세.
시라크 전 대통령의 사위인 프레데릭 살라 바루는 2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을 통해 “시라크 전 대통령이 이날 아침 가족들이 있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발표했다.
1932년 파리에서 태어난 시라크 전 대통령은 대표적 엘리트 양성기관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했다. 공무원 생활을 거쳐 62년 조르주 퐁피두 총리의 참모로 정계에 입문했다. 67년 35세 때 국회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이후 농림장관, 내무장관을 거쳐 74년 41세에 총리로 발탁됐다.
우파 정치세력의 지도자로 떠오른 그는 76년 드골주의를 계승한 ‘공화국을 위한 연합(RPR)’ 정당을 창당했다. 이듬해 파리시장에 당선됐고 18년간 파리시청을 교두보로 우파 정치를 이끌었다.
81년과 88년 두 차례 대선에 출마했지만 프랑수아 미테랑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95년 대선 삼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시라크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헌법 개정을 했고, 2002년 5년 임기의 대통령에 다시 당선됐다.
그는 집권과 동시에 전임 미테랑 대통령이 금지시켰던 핵실험을 재개하고 국유화한 기업들을 다시 민영화시켰다. 또 미국 중심이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체제를 유럽 중심으로 바꾸려고 노력했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나서서 반대하기도 했다. 2007년 대통령궁을 후임 니콜라 사르코지에게 물려주고 떠날 때까지 그가 꿈꿨던 것은 ‘강한 프랑스’의 재건이었다.
하지만 시라크 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면책 특권이 끝난 뒤인 2011년 파리시장 시절의 공금횡령 사건으로 유죄선고를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건강 악화로 최근 몇 년간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