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택 압수수색팀장과 통화한 조국, 탄핵 사유다

입력 2019-09-27 04:01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23일 자신의 집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현장을 지휘하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 장관은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으로부터 통화 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제 처가 정신·육체적으로 안 좋은 상태에서 안정을 찾게 해달라고 했다”며 압수수색팀 부부장검사와 통화했다고 시인했다.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가족이 피의자로 적시된 압수수색과 관련해 현장 검사와 전화통화를 하는 건 부적절할 뿐 아니라 수사개입에 해당한다. 조 장관은 압수수색에 대해 어떤 방해를 하거나 지시를 한 게 없다고 주장했지만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안에 법무부 장관의 직위를 남용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런 사안을 대하는 조 장관의 태도도 법무장관으로서 자질과 양식에 의문이 들 정도로 안이했다. 그는 당초 “아내가 119를 불러 가야될 상황이라 가장으로서 그 정도 부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가 의원들의 추궁을 받자 “후회한다” “죄송하다”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번 사안이 명백한 수사 개입이자 직권남용이라며 조 장관의 해임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야당은 해임 요구가 거부되면 조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청법 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한다고 돼있다. 개별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사를 직접 지휘할 권한은 없다. 따라서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야당의 해임 요구를 흘려듣지 말고 심각하게 조 장관의 퇴진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날 조 장관과 그 배우자 사이 직무관련성을 인정하는 판단을 내놓았다. 권익위의 입장은 지극히 상식적인 사실을 그저 재확인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번 판단은 여론이 아니라 정부기관이 내놓은 공식 의견이라는 점에서 더 큰 무게를 지닌다. 지난해 4월 제12대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됐던 김기식 전 의원은 이른바 ‘셀프 후원’ 의혹에 대해 중앙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이란 판단을 내놓자 보름 만에 사퇴하기도 했다. 이미 조 장관 취임 직후 법무부 고위 간부들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한 특별수사팀 운용을 제안하는 등 조 장관의 직무관련성으로 파생된 부작용이 불거진 상황이다. 이쯤 하면 조 장관 진퇴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