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이 26일 자유한국당의 고성과 야유 속에서 호된 국회 신고식을 치렀다. 한국당 의원들은 조 장관이 인사할 때 의자를 돌려 앉고, 답변하는 내내 야유를 퍼붓는 등 조 장관을 국무위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했다.
신임 국무위원 인사를 위해 조 장관이 연단에 오르자 본회의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범법자” “이중인격자” “나가라 나가” 등 고성을 지르며 야유를 퍼부었다. 야유에 묻혀 조 장관의 말이 전혀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한국당 의원들은 각자 자리에 ‘조국 사퇴’라고 쓰인 피켓을 부착했고, 조 장관을 국무위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의자를 180도 돌려 뒤를 보고 앉았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야당에 맞서 “조용히 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박수로 조 장관을 격려했다.
한국당 첫 질문자로 나선 권성동 의원은 조 장관에게 ‘장관’이라 호칭하지 않고 ‘법무부를 대표해서 오신 분’ ‘조 후보자’ 등을 섞어 불렀다. 같은 당 김태흠 의원도 ‘전 민정수석’이란 호칭을 썼다. 조 장관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할 때마다 “거짓말” “물러나라” “범법자” 등 야당의 야유가 끊이지 않았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조 장관이 연단에 오를 때마다 본회의장에서 퇴장했다가 조 장관이 내려가면 다시 들어오는 식으로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본회의장은 주광덕 한국당 의원이 ‘검사 통화’에 대해 질의할 때 가장 들썩였다. 조 장관이 통화 사실을 인정하자 한국당 쪽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피의사실을 공표한 것이다” “전화를 할 수도 있지 인정도 없느냐”고 맞섰다.
조 장관의 ‘검사 통화’ 발언 여파로 본회의가 한때 정회되는 소동도 벌어졌다. 한국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열겠다며 본회의 정회를 요구한 것이다. 여야 교섭단체 대표들은 정회 문제를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결국 본회의 사회를 보던 한국당 소속 이주영 부의장이 “회의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대정부 질문을 30분간 정회한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이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게 뭐 하시는 거냐”며 즉각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갔고 민주당 쪽에서는 “국회가 한국당 것이냐”는 고성이 나왔다. 결국 30분 뒤 문희상 국회의장이 등장해 본회의가 속개됐다. 한국당 의원이 의총을 위해 자리를 빠져나가 있는 동안 민주당 의원들은 한국당 좌석의 항의 피켓을 떼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신재희 김용현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