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비교과 없애면 평가요소 줄어 수능 강화 불가피

입력 2019-09-27 04:02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교육공정성강화특별위원회 및 교육부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정부가 26일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 강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예고한 ‘비교과 영역 실적 반영 금지’는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니 아예 없애버린다는 구상이다. 이는 면접이나 논술,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반영 비중 등에서 연쇄적인 반응을 일으킬 전망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대입 공정성 강화나 사교육비 감소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26일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특혜 의혹으로) 학종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매우 커졌다. ‘검토’라고는 했지만 전면 폐지를 염두에 두고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부모 능력과 인맥 같은 것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학생부 비교과 영역, 자기소개서 등을 과감히 개선한다. 비교과 영역 폐지 등 모든 대책을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비교과 영역으로 이른바 ‘자·동·봉·진’을 지목했다. 자율활동과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진로활동의 첫 글자를 딴 줄임말이다. 학교생활기록부의 ‘창의적 체험활동’ 부분에 기재하는 세부 영역을 가리킨다. 특히 봉사 및 동아리 활동의 경우 부모 인맥 등 사회적 지위가 작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교육부는 이밖에도 이런 비교과 활동 실적이 담기는 자기소개서 폐지도 추진키로 했다.

학종이란 제도를 도입한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종은 교과 성적과 동시에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적성, 발전가능성 등을 두루 평가해 학생을 선발한다. 비교과 활동 실적을 전부 배제해버리면 결국 교과 성적 중심의 평가가 된다.

교육부는 교과 교사들이 작성하는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담임교사가 작성하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에서 나타난 학생의 특성을 평가하면 된다고 본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학생부교과전형은 내신 성적을 정량평가하는 것이고 학종은 이런 항목을 정성평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위권 대학들이 교육부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과 성취를 정성으로 평가한다는 것인데 교사는 어차피 잘 써줄 수밖에 없다. 대학 입장에선 결국 내신 등급만 남게 된다”고 말했다.

변형된 학생부교과전형 등장을 예상하기도 한다. 수능 최저기준과 내신 성적으로 학생을 한 번 거르고 면접을 통해 고교 격차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상위권 대학들이 수능 최저기준을 높이고 논술전형을 늘릴 수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학종 비중은 줄어들고 학생부교과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교 간 내신 성적 차이는 면접을 통해서 성적이 우수한 고교 출신을 구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정성 강화와 고교 교육 정상화에도 의문부호가 찍힌다. 고교 내신 비중이 커질수록 부정에 대한 유혹은 커진다. 입시 부정의 특성상 내부 제보가 없으면 외부로 드러나기 어렵다. 국어 수학 영어를 중심으로 교과 사교육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수능보다 중간 기말고사가 훨씬 암기시험”이라면서 고교 내신 강화를 반대한다.

교육부는 당장 비교과 영역을 폐지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한다. 박 차관은 “비교과 영역 폐지 여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서 11월 중에 최종 발표한다”며 “대입 개편 4년 예고제에 해당하는 중장기 방안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