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 선점을 위해 최근 2조원을 웃도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창의인재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분야를 넘나드는 소통으로 개방형 혁신 기회를 창출해내고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수소전기차 리더십 강화에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26일 서울 용산구 현대자동차 옛 원효로서비스센터 자리에서 열린 ‘제로원데이 2019’ 행사에 참석했다. 미국에서 자율주행 합작법인 계약을 마치고 이날 새벽 귀국하자마자 행사장으로 달려온 것이다. 개방형 혁신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이 후원하는 제로원은 지난해 6개월가량 공 들여 준비한 뒤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에 오픈한 신개념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이다.
제로원데이는 실력 있는 예술가와 개발자, 스타트업 등 다양한 창의인재들이 참여해 자신들의 프로젝트와 비즈니스 모델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소통 및 교류를 통해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축제다. 28일까지 진행되는 올해 행사는 ‘모든 것의 무경계’라는 큰 테마 속에서 평평한 세계, 멀티 휴머니티, 유동하는 모빌리티 등 세 가지 주제로 공간 및 프로그램이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다양한 분야의 창의인재들이 준비한 70여건의 프로젝트와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고 직접 참여도 할 수 있다. 행사에 참여한 예술가와 스타트업은 지난해보다 각각 2.5배, 4배 정도 늘었다. 창작자와 일반 대중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생각과 방식을 시도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것이 행사의 취지다.
현장을 둘러본 정 수석부회장은 “사업화할 만한 기술이나 아이템이 있느냐”는 질문에 “(제로원데이는) 당장 사업화할 만한 것들을 찾기 위한 행사는 아니다”면서 “그보다 예술과 기술이 자유롭게 조화되도록 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중국 베이징에 이노베이션 센터 ‘크래들 베이징’을 공식 개소하면서 한국과 미국 독일 이스라엘 등지에 계획했던 5대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구축 전략을 완성했다.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변모를 시작하면서 현대차그룹은 개방형 혁신에 집중해 왔다. 스타트업을 비롯해 대학, 전문 연구기관, 정부, 기업 등 폭넓은 혁신 생태계 구성원들과 교류해 신규 비즈니스 창출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날 스위스 괴스겐에 위치한 알픽 수력발전소에서 현지 수소 에너지기업 ‘H2 Energy(H2E)’와 설립한 합작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를 공식 출범시켰다.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를 통해 스위스 지역에 현대차의 수소전기 대형트럭을 공급하고 향후 수소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스위스뿐만 아니라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과의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유럽 친환경 상용차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