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예테보리도서전… BTS 소녀팬 “한국책 보러왔어요”

입력 2019-09-27 04:02
26일(현지시간)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2019 예테보리국제도서전의 주빈국관인 한국관은 이른 아침부터 개막식을 보기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로 붐볐다. 사진은 한국관 개막식에서 펼쳐진 국악 공연을 보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

26일(현지시간) 오전 10시 스웨덴 예테보리 ‘스웨덴 전시박람회장’에서 개막한 2019 예테보리국제도서전(이하 도서전)은 이채로운 국악 연주로 출발을 알렸다. 꽹과리 소리가 울려 퍼지자 관람객들은 저마다 주빈국관인 한국관 무대로 시선을 향했다. 이른 시간에도 한국관 주변은 도서전 개막식을 보러 모인 현지인들과 각국 출판 관계자, 방문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구 반대편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한국문화를 체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 도서관 사서로 일한다는 나딘(49)씨는 “스웨덴어로 번역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인상 깊게 읽었다”며 “의자를 활용한 한국관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학생 노라(15)양은 “친구들 대부분이 소녀시대, 트와이스, 방탄소년단 등 K팝 그룹과 K뷰티를 좋아한다”며 “마침 도서전이 열린다고 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주빈국 조직위원회 자문위원 김동식 문학평론가도 “스웨덴 측에서 한강, 김언수 작가를 꼭 섭외해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올해로 35주년을 맞은 도서전은 북유럽 최대 문화행사로 꼽힌다. 학술 세미나가 이 도서전의 백미인데, 300개가 넘는 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다. 올해 주제는 양성평등, 미디어와 정보 해독력 등이다.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주빈국으로 참여한 한국은 ‘인간과 인간성’이라는 큰 주제 아래 맨부커상 수상 작가 한강과 현대사 질곡을 증언해온 소설가 현기영 등 한국 대표 문인 9명과 비문학 작가들의 세미나, 전시로 한국 문화의 위상을 전한다.

축구장 1개 면적(7140㎡)을 훌쩍 넘는 1만1000㎡ 크기의 도서전 전시장에는 40개국에서 모인 800여개의 부스가 꽉꽉 들어찼다. 전시장 초입 171㎡ 크기로 마련된 한국관은 설치미술 작품을 연상케 했다. 소주제들인 국가폭력, 사회역사적 트라우마, 난민과 휴머니즘, IT 시대의 문학 등으로 그룹 지어진 66개의 의자가 시선을 붙드는데, 각 의자 밑 상자에는 해당 주제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2~3권씩 담겨있다.

관람객들은 의자에 앉거나 도서대에서 131종의 책을 둘러볼 수 있다. 독특한 건 앉아서 책을 읽다 보면 곧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세트 바닥을 1도 기울여 설계한 탓이다. 한국 작가들이 이끄는 세미나와 북토크에 대한 반응도 뜨거웠다. 이날 오후 1시부터 주빈국관에서 이어진 조해진 현기영 작가의 북토크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전시장 2층에서 열린 김현경 인류학자의 ‘모두를 위한 교육’, 김행숙 신용목 시인의 ‘인간의 시간에서’ 등 세미나도 마찬가지였다.

도서전이 마무리되는 29일까지 4일간 한국문학의 페미니즘과 그 미래(김동식 김금희), 젠더와 노동(김금희 김숨) 등 총 10개의 세미나가 펼쳐질 예정이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은 “한국의 역사적 경험과 현실에 대한 공유를 바탕으로 인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예테보리(스웨덴)=글·사진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