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통신장비 기업이자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2위 기업. 하지만 국내에서는 ‘중국산’으로 저평가 받는 화웨이. 이들의 심장인 생산기지와 연구개발 캠퍼스에서 중국 ICT 기업이 지닌 저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 광둥성 둥관시에 위치한 화웨이 남방공장 3층에서는 자동 운반 로봇이 생산이 완료된 스마트폰을 박스채로 분주히 실어 나르고 있었다. 이 생산 시설에서는 하이엔드 스마트폰인 ‘P시리즈’와 ‘메이트’ 제품을 생산한다. 한 개의 라인에서는 17명의 직원이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불과 6년 전만해도 86명이 배치돼 있었다고 한다. 공장 자동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라인 맨 끝에 위치한 장비에는 숫자 104가 쓰인 번호판이 부착돼 있었다. 그렇게 17명과 104개의 기계가 120m 길이의 생산라인에 어우러져 한 대의 스마트폰을 완성하는 데는 ‘28.5초’가 소요된다. 시장 수요에 따라 유동적이지만 최근 가동하고 있는 라인은 10여개로, 화웨이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 이후에도 생산 체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화웨이가 부품 수급과 소프트웨어 사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는 데는 연구개발(R&D)에 대한 든든한 투자가 자리하고 있다.
화웨이는 공사비 약 2조원을 투입해 여의도 절반 크기(180만㎡)의 R&D 캠퍼스를 조성하고 있다. 역시 둥관시에 위치한 새 연구개발 캠퍼스의 이름은 ‘옥스 혼(Ox horn)’. 캠퍼스가 위치한 지형이 마치 황소의 뿔을 닮았다고 해 지어졌다.
올해 말 완공되는 이 연구단지의 모습은 마치 유럽의 고풍스러운 도시를 떠오르게 했다. 캠퍼스를 구성하는 12개 블록의 이름은 파리, 옥스퍼드, 하이델베르크 등으로 아름답기로 유명한 해외 도시의 이름을 따왔다. 각 블록은 알프스 산악열차를 닮은 빨간색 기차가 오간다. 건축학을 나온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이 직원들의 창의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아름답고 편안한 환경을 조성했다는 후문이다.
현재 2만5000여명의 R&D 직원들과 5000여명의 관리 인력들이 근무하고 있다. 연말 완공되면 직원은 최대 3만명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매출의 14.1%에 해당하는 1015억 위안(약 17조854억원)을 R&D에 투자했다. 무섭게도 올해 R&D 예산은 이보다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둥관=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