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금융안정지수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주의’ 단계에 진입했다. 금융안정지수는 실물과 금융 6개 부문의 20개 지표를 반영해 매월 산출한다. 100에 가까울수록 금융 환경이 불안정함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은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침체가 금융안정성을 흔들고 있다고 판단한다. 널뛰기하는 원·달러 환율과 주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는 소비자심리지수 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활력을 잃은 지방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부채와 한계기업은 ‘경고음’을 높인다.
한은은 26일 금융통화위원회에 ‘2019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제출하고 “대내외 경기 둔화로 최근 들어 금융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안정지수(8.3)는 주의단계인 8.0을 넘어섰다. 주의단계에 진입하기는 2016년 2월(11.0) 이후 3년6개월 만이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이나 일본과의 교역 갈등으로 소비자심리지수가 나빠지고 원·달러 환율과 주가 변동성이 커진 결과”라며 “다만 불안정성을 흡수할 만큼 국내 금융시스템은 여전히 복원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계부채는 소득보다 더 빨리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556조1000억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4.3% 증가했다. 증가폭 자체는 다소 둔화됐지만, 같은 기간 가계소득 증가폭(2.7%)과 비교하면 높다. 가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오른 159.1%(추정치)를 기록했다.
한은은 지방 가계부채도 별도로 점검했다. 지방 가계부채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지방은 수도권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빠르다. 전체 가계대출에서 지방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말 39.4%였는데, 올 2분기 말 43.5%로 4.1% 포인트 증가했다.
지방 가계부채의 질도 나빠졌다. 지방 경기 둔화가 주택가격 하락을 촉발해 주택담보가치가 추락했기 때문이다. 지방 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74%나 된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100%를 초과하는 대출 비중이 지방은 32.6%에 이르렀다. 수도권은 27.3%였다. 벌어들인 소득을 빚 갚는 데 모두 쓰거나, 그마저도 역부족인 취약 차주가 지방에 10명 중 3명꼴로 있다는 의미다. 한은 측은 “지방의 대출건전성 저하는 아직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다 기업들도 재무건전성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올 1분기 중 기업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감소했다.
전기·전자 등 주요 수출업종에서 비롯된 실적 부진이 원인이다.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전체 외감기업(회계법인으로부터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기업) 가운데 14.2%(2018년 말 기준)를 차지했다. 1년 전보다 0.5% 포인트 늘었다. 한은 측은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잠재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