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내년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개최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방사능 공포’를 불식시키기 위한 여론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26일 일 외무성이 지난 24일부터 주한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사진)를 통해 후쿠시마시와 이와키시 등 후쿠시마현 2곳, 도쿄 신주쿠 등 일본 내 3개 지점과 서울의 방사선량을 비교하는 데이터를 게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자국의 아킬레스건인 방사능 오염 문제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한 적극적 반박에 나선 것이다.
일본 내 측정치는 자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된 것이고, 서울 측정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국가환경방사선자동감시망 자료를 인용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일본어와 한국어로 된 이 자료를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주한 일본대사관 홈페이지에 게재된 측정치에 따르면 24일 낮 12시 기준 후쿠시마시 0.133μSv/h, 이와키시 0.062μSv/h, 도쿄 0.036μSv/h, 서울 0.119μSv/h로 나타났다. 수치대로라면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 원전폭발 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시와 서울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
서울보다 낮게 측정된 이와키시는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남쪽으로 30㎞가량 떨어진 곳이다. 대사관은 “일본 3개 도시의 방사선량이 서울을 포함한 해외 주요 도시와 비교해도 비슷하다”며 “한국에서 일본의 방사선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투명성 있게 설명해 한국 국민들에게 안정성을 알리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움직임은 다분히 한국을 의식한 포석이다. 한국 정부는 앞서 지난달 일본산 수입식품의 방사능 오염 가능성에 대한 국민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로 일부 일본산 농산물과 가공식품의 방사선 검사를 강화했다. 더불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도 제기했다. 방사능 오염은 일 농수산품의 신뢰도 하락은 물론이고 일본 전체 이미지 악화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여서 일본이 아파하는 이슈다. 일본으로서는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라도 국제 여론전에서 밀리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개각에서 방위상으로 자리를 옮긴 고노 다로 전 외무상은 지난 24일 트위터를 통해 주한 일본대사관의 방사선량 일일 게시 조치를 자신이 외무상이던 때 지시했던 일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일본의 방사선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