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 베트남전쟁 이후 매달 국가유공자 보훈급여금을 받아온 A씨는 지난해 또 다른 보훈혜택을 받기 위해 검사를 신청했다가 베트남전에 참전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과거 군이 A씨에게 베트남으로 출국 발령을 내린 뒤 곧바로 취소했는데 기록에는 참전한 것으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국가가 A씨에게 지급한 보훈급여는 모두 1억540여만원. 국가보훈처가 급여금 환수조치를 내리자 A씨는 행정소송을 내고 소송 도중 사망했다. 국가는 유가족을 상대로 환수조치를 진행 중이다.
부정수급이나 행정착오로 엉뚱한 사람에게 지급되는 보훈급여금이 지난 5년간 평균 10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정권 출범 이후 국가유공자의 빚을 탕감하는데 이전보다 3배 많은 비용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가보훈처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착오로 지급된 보훈급여금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보훈급여 7억2900만원이 자격 없는 대상에 지급됐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5억4500만원이 착오로 지급됐다. 2015년 12억7500만원, 2016년 11억4900만원의 과오급금을 감안하면 연평균 10억원의 보훈급여금이 새고 있다. 사례를 보면 가족이 국가유공자의 사망을 늦게 신고하는 등 부정수급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유공자 임모씨의 배우자는 임씨 사망 후 1995년 재혼했는데도 이를 보훈처에 알리지 않고 20년5개월간 7790여만원을 타 갔다.
보훈처는 잘못 지급한 급여금 중 절반도 채 회수하지 못했다. 관련 법은 보훈급여금 반환대상자가 행방불명이거나 재산이 없는 등 환수가 불가능하면 결손처리 하도록 한다. 올해는 지난 8월까지 잘못 지급된 보훈급여금의 45%인 2억5000만원이 회수됐다. 2014년엔 회수율이 38%에 불과했다.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에게 2%대로 최대 300만(생활지원금)~6000만원(주택대출금)을 빌려주는 보훈 대출의 경우 2017년부터 결손처리액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결손처리액이 10억9700만원, 2017년이 10억1600만원이다. 2015년 3억6400만원, 2016년 2억2200만원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2017년부터 ‘따뜻한 보훈’ 기치 아래 결손처리 심의기구에서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한 소액장기채권 위주로 최대한 탕감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훈 대부는 국가유공자를 예우하기 위한 복지 차원의 제도이므로 일반 은행처럼 상환을 독촉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복지와 대출은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군희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용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돈을 빌려주는 건 국가유공자를 ‘연체자’,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오히려 그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는 “보훈 대출을 쉽게 보고 후순위로 갚는 모럴해저드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며 “보훈수당을 늘리는 걸 검토해야지 대출로 복지를 대신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태규 의원은 “보훈급여금 과오납은 국민혈세의 낭비이자 절대 다수 정직한 유공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보훈행정 집행의 원칙과 기준이 분명해야 권위와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내년부터는 채권 회수 업무를 국가채권관리 전문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